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너무 사랑해서 팔 수 없는 집’처럼 여긴다고 비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하’(Your Excellency)라는 존칭을 사용해 친서를 보내며 각별한 관계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은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 담긴 내용을 입수해 9일 보도했다. 이 책은 우드워드가 작년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18차례에 걸쳐 진행한 광범위한 인터뷰를 토대로 하고 있고, 오는 15일 발간될 예정이다.
이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 차례 만남을 가진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와 두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 2017년 미북간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긴박했던 상황 등도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와 인터뷰에서 미북 정상 간 세 차례 만남에 관한 비판론에 손을 저으면서 “나는 만났다. 정말 큰 거래”라며 “이틀이 걸렸고 나는 만났다. 나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과 핵무기의 관계를 부동산에 비유해 평가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집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정말로 비슷하다. 그들은 이것을 팔 수 없다”고 말했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주고받은 27통의 친서를 확보했으며, 이 중 25통은 공개적으로 보도된 적이 없는 편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각하”라고 자주 표현하고 친밀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나 자신과 각하의 또다른 역사적 회담을” 희망한다고 적었고, 미북 회담이 깊고 특별한 우정이 어떻게 마법의 힘으로 작용할지를 강조하는 소중한 기억이라고도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다른 편지에서 “나는 각하처럼 강력하고 탁월한 정치인과 좋은 관계를 형성해 기쁘다”며 미북 회담 장면을 “전 세계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가운데 아름답고 성스러운 장소에서 각하의 손을 굳게 잡은 역사적 순간”이라고 묘사한 뒤 “그날의 영광을 다시 체험하길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친서가 교환된 시점이 언제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내용상 2018년 6월 1차 정상회담 이후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이 개최되기 전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1차 미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처음 만났을 때 김 위원장이 매우 영리하다는 점을 발견해 놀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람의 사진을 1면에 실은 뉴욕타임스 사본에 “위원장님. 멋진 사진이고 훌륭한 시간이었다”고 적은 뒤 김 위원장에게 이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북한과 전쟁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회상하면서 우드워드에게 “나는 이전에 이 나라에서 아무도 갖지 못한 무기 시스템인 핵을 개발했다. 우리는 당신이 보거나 듣지 못했던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CNN에 따르면 우드워드는 이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팀이 북한과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2017년 북한과 핵전쟁에 근접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했다고 적었다.
“코로나19 위협 알고도 고의적으로 은폐·경시”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이 독감보다 훨씬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무시, 국민을 오도하고 위협을 은폐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에게 지난 2월7일 “그것은 매우 까다로운 것이고 다루기 힘든 것”이라며 “격렬한 독감보다도 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우드워드는 당시는 연방 상원에서 탄핵 혐의에 무죄가 선고된 지 이틀 뒤여서 탄핵과 관련한 대화를 기대했지만, 대통령이 바이러스에 초점을 맞춰 놀랐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밀 정보 브리핑을 받았을 때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은 코로나19가 “대통령 임기 중 가장 큰 국가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