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은 전체 암 발생 순위 6위, 암 사망 순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3~4배가량 더 많이 발생하는데, 특히 40~50대 암 사망 원인 1위 질환이라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ㆍ경제적으로 큰 손실이다.‘간암 치료 전문가’ 양진모 성빈센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났다. 대한간학회 이사장을 지낸 양 교수는“‘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간에 병이 생겨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정기 검진으로 간질환의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간암의 80% 정도가 만성 BㆍC형 간염 때문이어서 간염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 질병에 노출돼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데.
간 기능이 70~80% 정도 손상돼도 자각 증상이 없다. 간 내부에는 신경세포가 없기 때문이다. 간암 환자의 대부분이 증상 없는 상태에서 정기 검진 등으로 암을 발견한다. 간혹 복통ㆍ황달ㆍ식욕 부진ㆍ체중 감소 등이 나타나지만 이럴 때는 말기 암일 경우가 많다.
간암 위험인자는 만성 BㆍC형 간염, 지속적인 과다 음주, 비만, 지방간질환 등이다. 간암 원인의 70% 정도가 만성 B형 간염 때문이고, 만성 C형 간염과 알코올성 간질환이 2, 3위다. 따라서 이 같은 간암 위험인자가 있다면 6개월에 한 번 초음파 검사와 알파태아단백질(AFP)이라는 암표지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간암의 주원인이 B형 간염인데.
B형 간염을 막으려면 예방 접종이 중요하다. 접종 대상은 영ㆍ유아와 B형 간염 항원ㆍ항체가 없는 성인이다. 또한 B형 간염은 임신부가 태아에게 수직 감염시킬 때가 많아 만성 B형 간염 보균자인 임신부는 출산 직후 자녀에게 B형 간염 면역글로블린 주사와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또한 임신부의 HBV-DNA 수치가 높으면 임신 후반기에 항바이러스제를 맞아야 수직 감염을 막을 수 있다.
C형 간염도 간암 원인이다. C형 간염은 오염된 의료기구나 문신, 피어싱 등을 통해 감염된다. 환자가 30만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20%만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C형 간염은 B형 간염보다 만성간염, 간경변증, 간암으로 악화되기 쉽다. 실제로 급성 C형 간염 환자 가운데 80~90%가 만성화되고, 이 중 20%가 간경변증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C형 간염은 국가건강검진 항목도 아니어서 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최근에는 효과적인 약이 많이 개발돼 8~12주 정도만 먹으면 95% 정도 치료할 수 있다.
-간암 치료법은.
수술과 비수술적 치료가 있다. 수술은 간암을 떼어내는 절제술과 간이식이 있다. 비수술적 치료는 간동맥 화학색전술, 고주파 열 치료,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방사선색전술 등이 있다. 간 기능이 좋은데 초기에 진단하면 절제술이 가장 좋다. 하지만 진단 시 수술 가능한 환자는 30%에 불과하다. 항암요법은 현재 면역항암제가 쓰이지만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두 가지 약을 병용한 치료법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인 간동맥화학색전술은 간암이 상당히 진행됐지만 간 기능이 비교적 남아 있을 때 쓰인다. 항암제를 혈관으로 직접 투여하고, 암세포에 영양 공급하는 혈관을 막는 치료법으로 3개월마다 반복적으로 치료한다. 방사선색전술은 방사성 물질을 암에 넣어 치료하는 방법이고, 고주파 열 치료는 암세포를 열로 태워 없애는 것이다. 고주파 열 치료는 초기 간암에서 완치를 목적으로 암 크기가 3㎝ 미만이고, 암 개수가 3개 이하일 때 시행한다.
간이식은 심한 간경변증으로 치료가 어렵거나, 재발이 잦을 것으로 예상되면 고려해야 한다. 혈관이 막혀 색전술이 어렵거나 전이됐다면 항암이나 국소방사선 치료를 한다.
간이식은 간암과 간경변증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어 이상적인 치료법이다. 간이식은 간암 재발률과 장기 생존율도 성적이 가장 좋다. 하지만 암 크기가 크거나, 혈관에 침범됐다면 불가능하다.
-재발이 잦은 간암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간암이 완치돼도 재발 가능성이 높다. 간절제술로 종양을 완전히 없애도 5년 이내 50~70% 정도 재발한다. 때문에 간암 치료 후에도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 원인이 되는 만성 간질환(바이러스성 간염 등)을 잘 조절해야 하고, 만성 간염 관리가 중요하다. 만성 BㆍC형 간염 환자는 항바이러스제 치료로 간질환 진행을 막아야 한다. 금주ㆍ금연을 해야 하고, 위험인자가 있다면 정기 검진으로 조기 진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