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 중인 미국에서 ‘얼굴 인식’ 기술을 스포츠 경기 입장에도 적용하려는 구단들이 늘고 있다.
신분증이나 카드, 티켓 등을 통한,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방식으로 신속하게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얼굴 인식은 일상 생활 곳곳으로 스며드는 모습이다. 물론 적용 범위가 확대될수록 ‘디지털 빅 브라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사커(MLS)의 LA 연고 구단인 LA 풋볼클럽(LAFC)은 내년부터 경기장 입장 시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관중들이 자신의 티켓 구입 계정에 사진을 등록하면 경기장 입구에서 얼굴 스캔을 거쳐 빠르게 들여 보내는 식이다. 입장객 온도를 재는 발열 카메라도 입구에 설치된다.
LAFC는 이미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얼굴 인식 시스템을 시범 도입해 600명의 회원들이 활용했다. 크리스티안 라우 구단 기술 책임자는 “머지 않아 경기장에서 피자를 살 때도 얼굴 인식 시스템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최종 목표는 모든 사무를 얼굴로 통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시험 도입 기간 1% 정도의 오류가 있어 조정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MLB)의 뉴욕 메츠 구단도 현재 선수와 직원들을 상대로 실시 중인 얼굴 인식 시스템을 관람객들에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일부 축구 구단이 비슷한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굴 인식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공항에서 입ㆍ출국 시 많이 활용돼 왔으나, 치안 분야 확장 여부를 두고는 논란이 많았다. 정부는 법질서 강화를 명목으로 내세우지만, 감시 카메라가 곳곳에 깔려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할 경우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특히 해당 기술이 반정부 시위대의 얼굴을 식별하는 데 악용돼 정치적 탄압의 도구가 될지 모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반발 탓에 구글, 아마존 등이 개발하는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어디까지 적용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6월 보스턴 시의회는 정부 관계자들이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는 스포츠 구단들은 코로나19 위험성이 워낙 커 팬들이 변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