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유색인종 대상 차별행위 공공연
정보 공유, 네트워크 만들어 신뢰 구축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미국 내에서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커뮤니티는 인종차별로부터 비롯된 여러 증오범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관련 문제 전문가들은 소수계 커뮤니티가 서로 연대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해결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남가주 지역의 대표적 아시아계 권익단체인 아시안아메리칸정의연대(AAAJ)의 설립자이며 대표를 역임한 스튜어트 쿼 이사는 아시안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인종차별 관련 범죄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아시안 커뮤니티 뿐 아니라 피해 대상이 되는 라틴계, 흑인 등 다양한 인종들이 서로 단결해 정의를 위한 강력한 연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시위들이 촉발됐는데, 이때 문제로 대두된 미국 내 뿌리깊은 인종차별은 흑인 뿐 아니라 아시안, 라틴계 등 백인을 제외한 모든 인종들이 피해자로 꼽힌다.
따라서 각 인종 별로 인종차별 문제에 맞서기 보다는 서로 힘을 합쳐 최선의 해결책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다인종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 ‘쿵-플루’ 등으로 일컬으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공식석상에서 서슴없이 내뱉고 이에 일부 관중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되돌아 볼 때 인종차별 문제는 여전히 미국 내에서 만연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종차별 문제 전문가인 제리 강 UCLA 법대 교수는 “진주만 공습, 911테러, 코로나19 사태에 이르기까지 미국 내에서 큰 위기가 닥칠 때마다 유색 인종을 대상으로 한 차별과 범죄는 공공연하게 일어났다”며 “사람들은 유색인종을 미국인이 아닌 이방인으로 분류해 오랜기간 인종차별에 대한 고정관념의 잣대들 들이댄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아시아계에 대한 편견과 혐오 조장이 공공연 하게 벌어지는 현 상황에서 소수계가 힘을 합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한 미래에도 인종차별이라는 거대한 산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현재 미국내 아시아계 대상 인종차별 및 증오범죄 사건들에 적극 대처하고 있는 ‘아시아퍼시픽 정책기획위원회’(A3PCON)의 강나연 총무는 “날이 갈수록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커짐에 따라 사람들은 외국인 혐오 및 증오 감정을 통해 외국인들을 부당한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하며, “유색인종들은 인종차별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각 인종 단체별로 네트워크를 돈독히 해서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쿨카니 A3PCON 사무국장은 “반 아시아 정서가 미국서 더 강력해지지 않도록 정치인, 기업, 학교들이 책임을 지고 맞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