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볼리비아 등 고산지역, 해안 저지대보다 감염·사망 적어
고산지역의 산소 부족·강한 자외선 등 여러 가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는 남미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피해가 적은 곳이 있다.
바로 안데스산맥 고산지역이다.
2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같은 나라 안에서도 안데스 고산 지역의 코로나19 피해가 저지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나고 있다.
남미 페루의 경우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6만여 명으로, 중남미에서 두 번째, 전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많지만, 해발 3천m 이상 고산지역 주민들은 이중 10%만을 차지하고 있다.
마추픽추가 위치한 해발 3천400m의 옛 잉카제국 수도 쿠스코 역시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타격이 작다.
페루 열대 밀림 지역인 로레토엔 확진자 8천 명, 사망자 321명이 나온 반면, 로레토보다 인구가 50% 많은 쿠스코의 확진자는 1천500명, 사망자는 13명에 그쳤다. 쿠스코의 치명률은 1% 미만이다.
이웃 볼리비아도 마찬가지다.
확진자 2만6천 명을 넘긴 볼리비아도 해발 3천640m 수도 라파스보다는 해안 저지대 산타크루스나 아마존 밀림 지역에 감염자가 집중됐다.
산타크루스의 확진자는 1만3천 명, 인구 규모가 비슷한 라파스의 확진자는 1천400명이다.
이는 안데스산맥 외에 다른 고산지역도 비슷하다.
지난달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호주, 볼리비아, 캐나다, 스위스 연구자들로 이뤄진 연구팀은 의학저널 '호흡기생리학 및 신경생물학'에 게재한 논문에서 해발 3천m 이상 지역의 코로나19 감염이 저지대보다 현저히 적다고 전했다.
남미 볼리비아와 에콰도르, 그리고 중국 티베트 고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연구였다.
고산 지역 주민이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강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한 가지 가설은 산소가 부족한 고산지역 주민들의 호흡기관이 바이러스 침투가 어려운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페루 감염병 전문가 에두아르도 고투소는 AFP에 산소가 부족한 지역의 사람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수용체인 안지온텐신전환효소(ACE)가 더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페루 공공보건 전문가인 아우구스토 타라소나는 "안데스 고산지역 사람들의 호흡계가 산소 부족에 적응하면서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인체 내 바이러스의 병리 생리학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산 지역의 자외선이 바이러스에 '천연 소독제' 역할을 한다는 추측도 있다.
페루 리마의 호흡기내과 전문의 카를로스 이베리코는 "고산 지역엔 자외선이 더 강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덜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산지역 주민들은 감염이 되더라도 저산소증에 더 잘 견딜 수 있어 치명률이 낮다는 의견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