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의 계절이 되면 건선 환자는 괴롭다. 피부에 생긴 건선이 노출되면서 타인의 시선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건선으로 최근 5년간 16만명 정도가 병원을 방문했고 이 가운데 20%인 3만명이 중증 건선을 앓고 있다(국민건강보험공단). 건선 환자의 30~32%가 15세 이전에, 20%는 15~19세에 건선이 발생했다(대한건선학회지).
건선은 유전 요인ㆍ생활습관ㆍ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몸의 면역반응이 지나치게 활성화돼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우리 몸은 외부 세균의 침입에 맞서 면역 반응, 즉 일종의 방어작용으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정도가 너무 심하면 오히려 새로운 병에 노출된다.
피부도 외부 세균에 공격받으면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T세포가 활성화되면서 피부세포를 촉진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과정이 너무 지나치면 되레 피부 각질을 빠르게 자라게 해 겹겹이 쌓이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건선’이다.
건선은 전신의 면역체계에 영향을 줘 피부뿐만 아니라 손톱ㆍ관절 등도 공격한다. 특히 대표적인 동반질환인 건선성 관절염이 생기면 심한 통증과 함께 손가락이 구부러지는 등 관절 모양이 변형될 수 있다.
또 혈액 속에 염증 유발 물질이 많아져 제때 치료하지 않아 중증이 되면 뇌졸중ㆍ제2형 당뇨병ㆍ염증성 장질환ㆍ고혈압ㆍ이상지질혈증ㆍ대사증후군 등이 생길 수 있다.
건선은 한 번 생기면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완치가 어려워 평생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적절한 치료를 하면 특별한 증상 없이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준수하고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제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손상욱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은 피부에 홍반과 두꺼운 각질이 겹겹이 쌓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심하다”며 “이 때문에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을 어린이ㆍ청소년 환자에게는 신체적 고통은 물론, 주변 시선에 따른 정신적 고통도 크다”고 했다.
건선 치료는 증상에 따라 스테로이드 같은 연고를 바르는 국소 치료부터 특정 자외선을 쪼이는 광선 치료, 약을 복용하는 전신 치료, 피부나 근육에 주사하는 생물학제제 치료법이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연고나 먹는 약으로도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이보다 증상이 심한 중증 건선이라면 생물학적 제제를 고려할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건선을 일으키는 염증 유발 물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큰 부작용 없이 치료 효과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로는 건선을 일으키는 면역 매개 물질인 ‘인터루킨-17’이나 ‘인터루킨-23’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치료제가 주로 쓰이고 있다. 인터루킨-23 저해제는 인터루킨-23 사이토카인의 p19 하위 신호전달 체계를 억제해 완전히 깨끗한 피부 개선 효과를 장기적으로 유지한다는 한 단계 더 높은 치료 기준을 제시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카이리치는 3개월 간격으로 연 4회 투약하는데 16주 만에 완전히 깨끗한 피부가 된 건선 환자가 47%였다
건선을 포함해 모든 피부질환자는 술ㆍ담배ㆍ사우나, 특히 피부에 상처를 주거나 자극을 주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피부가 건조하면 각질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만큼 보습제를 잘 바르는 것이 좋다.
우유리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건선이나 아토피성 피부염 등 피부질환을 앓는 사람은 대개 채식 위주로 식단을 꾸리는 사람이 많지만 피부질환에 도움된다고 입증된 연구는 없다”며 “골고루 음식을 먹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그는 “다만 건선 환자는 심혈관질환과 비만을 동반하기 쉬워 체중 조절을 위해 기름기 많은 음식은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