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로 버티는 것도 이제는 힘드네요.”
봉제업체를 십수년간 운영해온 한인 업주 A씨의 말에서 한인 봉제업계가 처한 눈물 나는 변신의 현실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자바시장이나 온라인 의류업체의 발주를 받아 각종 의류를 제작해 온 한인 봉제업체들이 마스크를 만들며 생존을 겨우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의류 관련 주문이 사실상 전무에 가까워지면서 제작 물량이 급감하자 한인 봉제업체들은 마스크 제작으로 변신했다. 생존을 위한 선택인 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에서 만들어진 마스크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단가 경쟁에 밀려 한계점에 직면해 있다.
한인 봉제업계가 의류 대신 마스크를 제작하게 된 것은 지난 4월부터다. 코로나19로 인해 생산 및 판매가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에서 마스크 제작은 그나마 최소한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생명선과도 같은 존재다.
또 다른 한인 봉제업체 업주 B씨는 “코로나19로 의류 하청 물량이 줄어들면서 4월부터 손을 댄 것이 마스크”라며 “20년 가까이 봉제업을 하고 있지만 옷 대신 마스크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공장 가동률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70%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마스크 납품 즉시 대금을 받아 필요한 비용에 쓸 수 있었다는 게 한인 업주들의 설명이다.
이마저도 영세업체들에게는 마스크 하청 작업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스크 제작이라는 한인 봉제업계의 변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상황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해외에서 만들어진 마스크들이 속속 LA를 비롯한 미국 내 주요 도시에 파고들면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워낙 해외에서 만들어진 마스크들이 싼 단가를 앞세워 시장을 넓혀 가자 한인 봉제업체들이 만든 마스크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판매마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쌓인 마스크 재고 처리를 위해 제대로 된 단가를 받지 못한 채 소위 싼 가격에 넘기는 ‘땡처리’까지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부터 LA 시와 카운티의 최저임금 인상이 예정되어 있어 인건비 부담까지 떠안게 돼 한인 업주들의 마음은 더욱 무거운 게 사실이다. 7월 이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봉제업계를 떠나는 한인 업주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일부 한인 봉제업체들의 경우 사정이 조금 나아 코로나19 이전에 받아 둔 발주 물량 중 남아 있는 물량을 제작하거나 온라인 주문에 의한 판매분을 제작하면서 버텨내고 있다.
불필요한 경비를 줄여 어려운 시기를 넘기려는 봉제업체도 있다. 생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인력을 줄이거나 불필요한 경비를 줄여 내실 경영으로 어려움을 돌파하려는 것이다.
미주한인봉제협회 김기천 회장은 “마스크 제작 판매로 코로나19 사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도록 방역 및 안전 수칙을 지키면서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