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볼 때는 집중력이 최고다. 하지만 책을 읽거나 업무를 할 때는 5분도 집중하기 힘들다. 일하다가 불쑥불쑥 멍해지고 잡념이 생긴다. 과식하거나 음주량 조절이 안 된다. 계획한 일을 잘 하지 못하고 절차에 맞게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 감정 조절이 서투르며 매우 충동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이런 증상이 잦다면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인지를 의심해 봐야 한다. ADHD는 어린이ㆍ청소년에게 많이 발병하는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성인의 3~5%가 겪고 있다. 어릴 때 ADHD를 앓았다면 성인이 된 뒤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50%나 된다.
성인 ADHD는 어린이ㆍ청소년 ADHD와 달리 산만하거나 시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지만 주의력 결핍이나 충동성으로 인해 일상생활 전반에 불편함이 크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ADHD를 무단 결근이나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10대 원인의 하나로 꼽았다. ADHD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은 채 성장하면 알코올ㆍ니코틴ㆍ게임ㆍ인터넷ㆍ스마트폰 중독 등에 쉽게 빠지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또한 ADHD를 소아ㆍ청소년이 주로 걸리는 질환으로 잘못 인식해 ADHD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ADHD를 앓으면 영화ㆍ게임처럼 재미가 있고 쾌감을 느끼는 것에는 과몰입할 정도로 집중력을 보일 때가 많아 의지 부족이나 성격 탓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ADHD의 치료를 막고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 특히 성인 ADHD는 우울ㆍ불안ㆍ충동 조절 장애ㆍ알코올 사용 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성인 ADHD의 원인은 어릴 때 앓은 ADHD의 지속, 유전적 요인, 신경전달물질 체계 이상, 스트레스 등이다. 특히 뇌에서 주의력 집중ㆍ충동조절ㆍ계획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성숙이 늦거나 충분히 발달하지 못할 때 생길 수 있다.
치료는 다양한 방법이 쓰인다. 이 가운데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포함된 약물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전두엽에서 주의력 집중ㆍ충동조절 등에 관여하는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 분비를 활성화한다. 최근 가장 많이 처방되는 메틸페니데이트 서방정은 12시간 동안 약효가 지속돼 복용하기 편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