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군 투입 시사 등 극단적ㆍ일방적 언행을 계속하자 전ㆍ현직 세계 지도자들이 잇따라 비판에 나섰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시위대의 대의에 공감을 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홈페이지 성명에서 “나와 아내 로라는 플로이드의 ‘무참한 질식사’에 괴로워했다”면서 “인종주의가 여전히 연방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정한 시각으로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상처를 입고 슬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며 “이를 잠재우려는 사람들은 미국의 존재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어 “약탈은 해방이 아니며 파괴는 진보가 아니다”라며 시위대에도 자제를 촉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통합과 공감을 강조한 그의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적 수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21초 동안이나 침묵한 뒤 “미국의 상황을 두려움과 실망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며 “지금은 부당함이 뭔지 깨달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AP통신은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입에 올리지 않으면서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트윗글에서 시위대의 돌발행동과 경찰의 강경 진압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유엔이 위치한 뉴욕 거리에서 폭력사태를 보게 돼 가슴 아프다”면서 “억울함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표출되어야 하며 당국도 시위대에 자제된 방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평화적인 시위는 이해할 만하며 합법적”이라며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정상적일 수 없다”고 시위 지지 의사를 표했고, 1일에도 온라인 매체 미디엄 기고문에서 “이 순간을 ‘진정한 변화’를 위한 전환점으로 삼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