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를 틈탄 약탈과 폭력에 과잉진압, 그리고 질서 회복을 다짐하는 권력자.
제3 세계에서 벌어질 만한 상황을 미국에서 목격하게 된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현직 요원들이 충격에 빠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 보도했다.
CIA에서 정보 분석 업무를 맡았던 개일 헬트 킹 대학 교수는 미국을 독재국가와 비교했다. 미국 각지에서 진행 중인 소요 사태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적인 발언은 자신이 CIA에서 수집하고 분석했던 중국과 동남아 지역의 정국 불안을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다.
헬트 교수는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나라가 망하기 전에 발생하는 일들”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DC의 세인트존스 교회를 방문해 성경을 들고 인증샷을 찍은 것도 독재자의 전형적인 선동전략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CIA 재직 시 유럽과 아시아 업무를 담당했던 마크 폴리메로풀로스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도 모두 그런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제압’ 발언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브렛 맥거크 전 이슬람국가(IS) 격퇴 담당 특사는 “미국 입장에선 다른 국가들과의 차별성을 주장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껏 미국 정부는 러시아와 이란, 터키, 시리아 등 국가에서 강경 진압 사태가 발생할 경우 우려를 표시했지만, 더는 국제 외교 무대에서 도덕적 우위를 주장할 수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