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뇌에서 생리적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신경망은 많이 연구된 편이다. 스트레스나 위협에 직면해 뇌의 시상하부 등에 자극이 가해지면 글루코코르티코이드라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분비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가 뇌의 어느 영역에서 발원하는지는 콕 찍어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예일대 과학자들이 뇌의 흥분 영역에 따라 지각하는 스트레스 강도가 다르다는 걸 밝혀냈다.
기억 중추로 알려진 해마(hippocampus)와 고차원적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전두 피질의 신경 연결이 강할수록 스트레스를 덜 느낀다는 게 요지다.
예일대 의대의 라지타 시나 정신의학 석좌교수팀은 27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더러운 화장실 같은 불쾌한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피험자들의 뇌파 변화를 fMRI 스캔으로 관찰했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해마에서 뻗어 나온 신경 연결이, 스트레스 반응과 연관된 영역뿐 아니라 고차원 인지와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등쪽 측면 전두 피질(dorsal lateral frontal cortex)’까지 도달했다.
특히 해마와 전두 피질의 신경 연결이 강할수록 피험자의 스트레스 지각은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마와 시상하부(hypothalamus)를 연결하는 신경망의 활성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스트레스를 느꼈다.
실제로 불안증 같은 정신건강 장애 환자는, 전두엽으로부터 스트레스를 진정하는 피드백을 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선행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시나 교수는 “다양한 표적을 설정해 맞춤형 치료 개입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 결과”라면서 “예를 들면 해마와 전두엽의 연결 강도를 높이거나, 생리적 스트레스 센터로 가는 신호를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피험자들은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불쾌한 이미지를 보면서 전두엽과의 신경 연결이 더 강해졌다는 뜻이다.
건강 상태가 모두 좋은 피험자들이, 스트레스 반응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되는 기억을 떠올렸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한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예일대 스트레스 센터의 엘리자베스 골드파브 연구원은 “긍정적인 경험을 기억하면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이 약해진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와 비슷하게, 기억에 관여하는 뇌 신경망이 스트레스에 더 탄력적인 감정 반응을 일으킨다는 걸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