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금지 조치 내년 4월로 미뤄져
수은폐기·대체재 등 실타래 풀어야
오는 2월까지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수은 체온계와 혈압계가 1년여간 수명을 연장하게 됐다. 사용금지 조치를 내년 4월까지로 유예한 것인데 폐기물 처리나 대체재 마련 방안 등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당초 2014년도 개정된 ‘의료기기 허가·신고·심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협약 발효일인 오는 2월 20일부터 수은이 함유된 체온계와 혈압계의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은 폐기 처리 등에 애로사항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1년 4월(예정)까지 수은 함유 체온계와 혈압계 사용금지 조치를 유예하기로 했다.
수은 혈압계 퇴출 조치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지난 1956년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만 일대 주민들이 유기 수은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고 집단으로 사지 마비, 언어장애 등을 겪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수은은 유해중금속이란 인식이 퍼졌고 2013년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로 수은 금지 협약인 미나마타협약이 체결됐다. 올해부터 발효되는 이 협약에 한국도 서명했다.
다만 의료계는 그동안 가정용을 포함한 수은 함유 의료기기의 실제 사용 현황이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처리 방침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사용했던 수은 함유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건인데 전자 혈압계 공급 업체들이 무료 수거를 해주기도 한다”면서도 “그러나 아직까지 수은 폐기 업체가 많지는 않아 병원 창고에 수은 혈압계가 그냥 그대로 쌓여있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은 혈압계의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는 전자식 혈압계에 대한 불신도 문제다. 전자식 혈압계는 수은 혈압계에 비해 오차 범위가 크고 구매 가격도 비싼 편이다. 이에 따라 개원내과의사회는 피치 못하게 교환을 진행해야 한다면 최소한 비용부담이라도 줄여보겠다며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의협의 한 관계자는 “수은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의사들이 가장 잘 알고 있고 의료계가 협약을 지지하고 동참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안전하게 보관하거나 폐기할 방법이 없어 현재로선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