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에 식당 로고 등 디자인… 밸릿파킹 사라져
손님 옆자리에 마네킹 합석, 재미있는 셀피 연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경제 봉쇄령이 점진적으로 풀려가면서 그동안 중단됐던 식당 내 영업이 일부 지역에서 재개됐거나 재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요식 업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손님들을 맞는 새로운 방식을 찾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정부의 오픈 가이드라인과 안전 지침을 지키며 고객을 환대하는 새로운 방식이 어떻게 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고급 레스토랑에서부터 패스트푸드점에 이르기까지 요식업계의 ‘뉴 노멀’은 바로 ‘마스크’가 새로운 얼굴이라는 것이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1회용 메뉴와 투명 가림막 등이 식당들의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도 마스크 착용이 위생 수칙의 표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식당에 찾아온 손님에게 마스크 너머로 인사를 하고 9피트 족히 떨어져 있는 테이블로 손님을 안내하지만 입구에서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쐬면서 혹시나 바이러스가 떠다지 않나 걱정하는 얼굴을 보기도 한다.
밸릿파킹은 더 이상 필요한 서비스가 아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눈에 확 띄는 손세정제를 들고 왔다갔다 하는 업주나 직원들이 보여야 손님들은 편안함과 더불어 서비스를 받는다고 느낀다.
버거킹 경영진은 유니폼에 마스크를 추가하는 디자인을 검토 중이고, 미슐랭 별점 3개를 받은 버지니아주의 유명 레스토랑 ‘인 엣 리틀 워싱턴’(The Inn at Little Washington)은 오는 29일 오프닝을 앞두고 마릴린 몬로와 조지 워싱턴의 미소가 새겨진 맞춤형 마스크를 주문했다.
식당 주인 패트릭 오코넬은 “‘손님 간 거리두기’를 위해 테이블마다 마네킹을 합석시킬 계획이다. 마네킹은 3가지 종류로 1940년대 복장을 하거나 독특한 포즈를 취해 보는 재미를 선사하고 손님들에게 셀피 촬영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코넬은 ”어떤 손님은 식당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고 다른 손님은 마스크가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한다“며 ”최대한 고객 만족을 실천하면서 손님들이 즐겁게 식사하는 힐링의 공간이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마스크는 정치적 논쟁거리가 되었다. 지난 마더스데이 콜로라도주 덴버 남부 캐슬락의 ‘씨앤씨 브랙퍼스트 앤 코리안 키친’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업주가 주관한 모임에서 이들은 식당 영업을 투고와 배달로 제한하고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주정부의 결정에 대해 항의 시위를 벌였고, 다음날로 주정부는 그 식당을 폐쇄했다.
반면에 직원에게 마스크 착용을 하지 말도록 했다가 소송을 당한 식당도 있다. 텍사스를 비롯해 몇몇 주에서 45개 식당을 운영하는 힐스톤 레스토랑 그룹이다.
텍사스주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권장 사항이다. 힐스톤 레스토랑 그룹은 얼굴을 가린 채 서빙하는 것은 식당의 서비스 문화에 적합하지 않다며 서빙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도록 했다. 이에 반발한 서빙 직원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으로부터 임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에서 내부지침을 변경했다. 지난주 웹사이트에 텍사스주 손님들을 위한 안내문을 게재한 것이다.
첫 번째로 명시된 안내문은 “손님과 직원들은 원할 경우 얼마든지 마스크 착용을 할 수 있다. 다른 손님과 직원들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선택을 해도 되며 각자의 결정을 우리 모두 존중하기를 원한다”였다.
식당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두고 고객들의 의견 역시 분분하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그린스빌에 위치한 소비의 뉴 사우스 쿠진(Soby‘s New South Cuisine)의 단골 손님인 릭 데이비스는 웨이터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선호하는 입장이다. 지난 11일부터 영업을 재개한 이 식당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식사를 했던 데이비스는 “개인적으로 서빙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좋겠다.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식당을 찾는 이유에는 따뜻한 환대에 대한 기대가 있다. 반가워하는 서빙 직원의 얼굴을 보는 것도 그 중 일부”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객과 서빙 직원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편안한 식사가 될 것 같다는 게 다수의 입장이다. 지난 14일 애틀란타에 위치한 골드버그 파인 푸즈를 찾은 토니아 윌슨은 마스크를 쓰고 식당을 찾았고 역시 마스크를 착용한 서빙 직원 올라 가르시아의 환대를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당일 체온을 쟀다. 손님인 윌슨은 문 앞에서, 서빙 직원인 가르시아는 근무를 시작하기 전 체온을 쟀다. 토니아 윌슨은 “아무데서나 외식을 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가 다른 곳에 가지도 않을 것”이라며 “이 식당에 대해서 충분히 파악되었다. 위생이 철저하고 모두가 글로브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안전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보건국 위생등급이 식당의 청결도를 보여주고 온라인 예약 예부가 테크놀러지 활용도를 알려주듯이 코로나 이후 식당들은 마스크를 포함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역수칙 실행이 새로운 환대 방식이 될 예정이다. 코넬대 알렉스 서스킨드 교수는 고객을 만족시키며 방역수칙 준수를 눈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방법이 영업 재개를 앞둔 식당 업주들의 고민 거리라고 밝혔다.
식당 업주들은 수술용 마스크와 같은 일회용 마스크를 대량 확보해두고 테이블에 손님이 바뀔 때마다 마스크를 교체해야 하도록 해야 한다. 투명한 플래스틱 쉴드를 목걸이처럼 써도 좋다. 앨라바마 출신 디자이너 나탈리 채닌이 재활용이 가능한 부드러운 오개닉 면 마스크를 출시했듯이 자신의 레스토랑 로고가 찍힌 마스크 제작도 고려해볼 만하다. 모두가 암울한 시기를 겪고 있지만 창의적인 접근으로 손님에 대한 따스한 환대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위기를 사업적 기회로 만들 수 있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