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모 뉴욕주지사에 이목 집중 속 미시간주지사도 트럼프 맞서며 전국구 스타로
대권행 징검다리였던 주지사직, 최근 10여년 존재감 미미…코로나19로 다시 부상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무서운 확산세에 신음하는 가운데 일부 주지사들이 신속하고 과감한 대처로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며 주목받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건 단연 민주당의 앤드루 쿠오모(62) 뉴욕주지사다. 코로나19 타격을 제일 심하게 받은 뉴욕주의 수장으로서 일일 브리핑을 통해 확산 및 대응 상황을 정확하게 전하며 위기 국면에서 정치적 몸집을 키웠다는 평가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그레천 휘트머(48) 미시간주 주지사도 단숨에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되며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주별 코로나19 감염·사망 규모에서 미시간주가 상위권에 드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면충돌을 마다치 않으며 이목을 끈 것이다.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젊은 여성 주지사와 큰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그녀가 하는 일이라고는 앉아서 연방정부를 비난하는 것뿐"이라고 맹비난했다.
휘트머 주지사는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한) 그 주지사가 나"라며 "거듭해서,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에게 필요해서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는 이어 "정치적 공격 말고 그저 인공호흡기, N95 마스크, 진단키트가 필요한 것이다. 미시간과 함께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입증하라"라고 부연했다.
휘트머 주지사의 트윗은 소셜미디어에 널리 퍼져나갔고 민주당에서도 주목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여성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우기로 하고 엘리자베스 워런, 카멀라 해리스, 에이미 클로버샤 등 대선 경선에서 하차한 민주당 상원의원들을 후보로 검토하는 가운데 휘트머 주지사도 순식간에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측근들에게서 침착하게 처신하면서도 전투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접근하는 휘트머 주지사가 마음에 든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더구나 미시간주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반드시 되찾아와야 한다고 여기는 곳이라 휘트머 주지사의 몸값을 더욱 높이고 있다.
CNN방송도 5일(현지시간) 많은 주지사가 나서서 연방정부의 공백을 메웠다면서 쿠오모 주지사와 휘트머 주지사 말고도 민주당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와 제이 인슬리 워싱턴주 주지사, 앤디 베셔 켄터키주 주지사를 거론했다.
공화당에서는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와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꼽혔다. 드와인 주지사는 오하이오주에 확진자가 나오기도 전에 축제 개최를 막고 대선 경선을 미뤘고 호건 주지사도 공화당 내 의구심에 맞서 조기 대처에 소매를 걷어붙였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선출직 주지사는 당초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겨져 왔다.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등이 주지사 시절의 행정경험과 정치력을 토대로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에는 매사추세츠주 주지사를 지낸 밋 롬니를 제외하고는 미 대선 레이스에서 주지사 출신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인슬리 주지사를 비롯해 스티브 불럭 몬태나주 주지사, 존 히켄루퍼 전 콜로라도주 주지사, 더발 패트릭 전 매사추세츠주 주지사 등이 대거 레이스에 뛰어들었지만 미미한 존재감 속에 중도 하차를 택했다. 특히 현직인 인슬리 주지사는 대선 경선 때보다 지금 더 주목받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정은 의미 없지만 만약 대선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에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이 벌어졌다면 일부 주지사들의 주가 상승 속에 대선 경선 판도에 변화가 있었을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