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본산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계층별 삶의 모습이 더욱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각 주가 재택근무, 외출 자제 등 다양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시행한 이후 불평등한 사회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바이러스는 만민에 평등하게 침투하지만 대책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 “코로나19로 인한 격리조치가 계층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일종의 ‘코로나19 카스트제도’가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부자들은 안전지역 별장에서 호화로운 격리생활을 누리는 반면, 재택근무가 불가한 직종의 저소득 노동자들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매일 출근해 가진 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층 격차는 주거, 의료, 교육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화이트칼라’ 노동자 중에서도 초고소득층은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을 떠나 휴양지나 교외 별장으로 피신하고 있다. 수영장과 체육관 등이 딸린 호화 벙커를 짓는 일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결론은 부자들의 일상은 코로나19 전이나 후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이런 식이다. 아이들은 넓은 마당에서 뛰놀다 시간이 되면 방에서 맨해튼사립학교의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300~400달러에 시내 유명 음식점 음식을 문 앞으로 배달 받고, 건강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8만달러짜리 민간보험으로 코로나19 검사와 치료를 해결한다.
바이러스가 득실대는 도시에 남은 이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대다수 중산층과 저소득층 노동자들뿐이다. 여기서도 계층은 다시 나뉜다. 중산층은 “부유한 동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하지만 수많은 서비스업 종사자와 생산직 등 ‘블루칼라’ 노동자에 비하면 이들 역시 특권층이다. 집에 앉아 사무실과 같은 효율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온라인스트리밍 및 배달 서비스 등 자가격리의 호사(?)를 누릴 수 있어서다.
부유층과 중산층의 위험 지분은 음식 배달원과 종업원, 생산직 노동자가 그대로 떠안았다. 마크 페론 미 식품상업노조연합(UFCW) 위원장은 신문에 “휴교령이 연장되고 돌봄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맞벌이 가정 아이들이 집에 홀로 남겨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재택근무자와 달리 경제활동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는 탓이다. 저소득 가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인터넷 접속환경도 열악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취약계층의 교육격차 역시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NYT는 “‘전 국민이 단결해 바이러스를 극복하자’는 독려는 그저 구호에 불과하다”며 “실제 재난상황에서 미국인의 삶은 양극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 목소리는 저소득 노동자들을 방역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와인회사를 운영하는 하워드 바바넬 대표는 신문에 “화이트칼라만을 위한 격리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