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작은 감기에 불과하다.”(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계속 외출하라.”(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도 남미의 두 정상은 ‘천하태평’이다. 그 무섭다는 브라질 갱단까지 감염병이 더 무서워 코로나19 진화에 나설 정도다. 그러나 정작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유럽의 이탈리아와 중동의 이란이 그랬듯, 브라질ㆍ멕시코가 중남미 전역을 위험에 빠뜨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남미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과 멕시코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25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지역의 열악한 보건ㆍ위생환경을 감안할 때 중남미 전체가 ‘코로나19 소굴’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까지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는 2,554명으로 중남미 국가 중 단연 1위다. 멕시코는 475명이다.
물론 현재 수치만 보면 중국이나 미국, 유럽 주요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다. 형편없는 주거 환경과 의료 시스템에도 이들 정부는 느슨한 대응으로 일관해 상황이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 브라질에는 물이 부족한 빈민촌만 700개가 넘고, 여기에 200만명 이상이 모여 산다. 멕시코도 빈부격차가 심하기론 둘째 가라면 서러운 나라다. 특정 계기로 코로나19가 퍼질 경우 확산세가 다른 대륙보다 훨씬 가팔라질 조건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위기감이 커지자 지방정부들이 먼저 움직이는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는 앞서 23일부터 다중이용시설을 폐쇄하고 50인 이상 모임을 금지했다. 브라질에선 상파울루주(州)정부가 24일부터 전역을 격리지역으로 선포했다. 심지어 브라질 일부 지역에선 행정 부재 속에 현지 갱단이 주민 통행 제한을 관리하고 있다.
굳이 두 정부를 비교하면 멕시코가 뒤늦게나마 100인 이상 모임 금지 정도의 조치를 취한 데 반해, 브라질은 정말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CNN방송은 “브라질에선 분노한 국민들이 매일 오후 8시30분만 되면 정부를 비난하며 냄비를 두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야권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