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빗거나 감을 때마다 한줌씩 빠지는 머리털로 고민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풍성한 모발을 지닌 여성들 사이에 갑작스런 탈모가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피부과전문의들은 갑작스레 나타나는 탈모증은 대부분 일시적 스트레스에 의한 것으로, 스트레스를 일으킨 물리적 혹은 심리적 요인이 사라지면 대부분 1년 이내에 원상태를 회복한다고 말한다.
갑작스런 탈모의 대부분은
일시적 스트레스에 의한 것
요인 사라지면 곧 원상태 회복
남성형 대머리는 노화와 관련
약물·무리한 다이어트 원인 다양
치료제 모발재생 기대 어려워
“Am I Dying?“이라는 제목의 공동 저서를 통해 다양한 병증을 소개한 컬럼비아대학 어빙 메디칼센터의 크리스토퍼 켈리와 마크 아이젠버그 박사는 탈모증 편에서 3단계로 구분되는 모발의 정상적인 성장주기와 탈모가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남녀를 불문하고 인간의 머리카락 수는 보통 10만 개에서 15만 개에 달하며, 모낭에서 자라난 머리털은 각기 독립적으로 생장기와 퇴행기, 휴지 탈모기 등 3단계의 성장주기를 거친다.
다른 외부 스트레스, 혹은 기저요인이 없는 정상적인 상황에서 머리털의 90%는 생장기에, 나머지 10%는 퇴행기나 휴지 탈모기에 속해 있다.
머리카락은 보통 5~6년 정도 성장하고(생장기) 4~6주 정도 모공이 느슨해지면서 모근이 흔들리다(퇴행기) 2~3개월에 걸쳐 빠지는데(휴지탈모기) 이 주기가 깨어지지 않고 질서 있게 반복되어야 대량 탈모를 면할 수 있다.
휴지탈모기에 들어서면 대략 하루 100개에서 150개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그러나 머리를 감거나 빗을 때마다 100개 이상의 머리털이 한꺼번에 빠진다면 성장주기에 따른 정상적인 탈모로 볼 수 없다.
이같은 비정상적인 탈모는 생장기에 속한 모낭이 너무 일찍 휴지 탈모기로 진행할 때 발생하며, 조기에 휴지 탈모기로 접어든 머리카락은 2~3개월 사이에 모두 빠지게 된다.
컬럼비아대학 피부학 조교수인 린제이 보돈 박사는 “수술, 체중감소, 출산과 심리적 압박감과 관련된 심한 스트레스는 생장기에 속한 모발의 대부분을 탈모기로 강제로 밀어 넣는다”고 밝혔다.
모발손실은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모낭이 탈모기로 들어선 이후 2~3개월이 지난 다음에 시작하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무엇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지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만약 스트레스 탓에 탈모가 생긴 것이라면 시간이 약이다. 일단 스트레스를 일으킨 원인을 제거하면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첫 4개월에서 6개월 동안은 모발재생 과정이 더디게 진행된다. 사라졌던 머리털이 미관상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자라기까지에는 12개월에서 18개월가량이 걸린다.
모발재생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은 달리 없다. 모발재생효과가 있다고 선전하는 건강보조식품을 구매하거나 약물을 사용하지 않은 물리적 치료법을 이용하는 것은 돈 낭비에 불과하다. 정 보기 흉하면 가발을 착용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대량 탈모를 일으키는 다른 원인 중에는 갑상선의 기능저하증 혹은 기능항진증도 포함된다. 이 경우에도 비정상적인 호르몬 작용을 교정하면 모발이 재생된다.
다양한 만성질환과 염증장애, 자가면역질환 및 만성 감염 역시 범발성 휴지기 탈모를 일으킬 수 있다.
영양결핍, 그중에서도 특히 철분과 아연, 단백질, 지방산 혹은 비타민 D 부족과 극단적인 칼로리 제한 및 벼락치기 다이어트 등이 대량탈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보돈 박사는 탈모 원인으로 무엇을 의심하건 간에, 먼저 철저한 건강검진부터 받으라고 권한다. 그래야 탈모의 구체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교정은 가능한지 여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성기의 모발손실은 항암치료 과정에서 독성분에 노출되었을 때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암환자들의 비정상적인 탈모는 항암치료를 시작한 후 1주일에서 2주일이 지나면 눈에 뜨일 정도로 진행되고 두 달이 경과한 후에 가장 확실하게 드러난다. 이때 머리털이 가장 큰 영향을 받지만 얼굴과 기타 신체 부위의 털도 빠진다. 하지만 앙암치료가 끝난 후 몇 주가 지나면 모발과 체모는 다시 자란다.
생장기에 속한 모발의 영구적인 탈모 원인으로는 방사선과 중금속 중독 등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항암치료제 외에 항혈전제인 와파린과 스테로이드, 피임약과 리튬, 각성제 성분을 지닌 암페타민과 비타민 A 보조제 역시 탈모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문제를 일으키는 약품의 투약을 중단하면 머티털은 종종 다시 자라난다.
가장 흔한 형태의 탈모인 남성형 대머리는 노화와 연관이 있으며 기저질환이나 영양결핍 혹은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과는 관련이 없다. 이같은 형태의 탈모증은 주로 남성들 사이에서 발생하지만 드물게 여성에게도 나타난다.
남성형 대머리는 백인 남성 사이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보통 50세가 된 백인 남성의 절반가량이 남성형 탈모증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인 여성은 남성에 비해 탈모가 더디게 진행하지만 이들 중 3분의 1가량은 70세에 이르기 전에 머리털이 가늘어지며 성겨지는 남성형 대머리증세를 보인다.
현재 시중에는 몇 가지 남성형탈모증 치료제가 나와 있지만 완전한 모발재생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 중 하나는 미녹시딜(minoxidil) 성분의 두피 크림으로 로게인(Rogaine)이라는 상품명으로 팔리고 있다.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을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경구용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Propecia)는 비대해진 전립선을 축소시켜 배뇨기능 개선에도 도움을 주지만 이 약품을 사용하는 남성들 중 1%는 발기부전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도 머리털이 가늘어지면서 성겨지는 남성형 탈모증을 치료하기 위해 미녹시딜을 사용할 수 있다.
여성의 머리 스타일도 탈모 예방에 도움을 준다. 긴 머리를 뒤로 묶어 드리우는 포니테일 스타일과 마치 옥수수 알맹이를 이어놓은 듯 머리카락을 촘촘하고 단단하게 여러 가닥으로 땋는 콘로 스타일이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컬럼비아대학의 크리스토퍼 켈리와 마크 아이젠버그 박사는 포니테일이나 콘로(cornrows)처럼 머리털을 당겨 묶은 후 등 뒤로 드리우는 헤어 스타일은 모낭에 자극을 주어 탈모를 예방하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피부과 전문의들도 탈모 방지를 위해 뒤로 길게 내려뜨리는 헤어스타일을 추천한다.
가장 특이한 형태의 탈모는 자가면역체계가 모낭을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원형탈모증이다.
자가면역체계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머리에 동전크기만한 부분탈모가 군데군데 나타난다. 자가면역체계는 머리털 뿐 아니라 수염과 몸의 여러 부위에서 자라는 체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원형탈모증에 걸린 환자들의 절반은 1년 이내에 모발이 다시 자라지만 종종 증상이 재발하기도 한다. <By Jane E. Bro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