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한인들이 유산 상속 계획은 단지 돈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준비하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한인들, 특히 재산이 별로 없는 사람들 조차도 유산 상속 계획이 있다면 남은 가족들에게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다음은 유언과 상속, 트러스트(trust) 등 다양한 상속계획의 기본 개념을 설명한 것이다.
평소 원하는 수혜자와 코사이너 등재 업데이트 필요
세금 혜택 고려 신탁관리자에 재산 맡겨 상속할수도
■유산
유산이라면 많은 한인들이 수영장과 테니스 코트, 큼지막한 정원에 자동차 6대 주차할 수 있는 저택을 상상할지 모른다. 하지만 실제 유산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과 재산에 대한 권리를 말한다.
쉽게 설명한다면 사람이 죽는다고 그가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과 부동산 권리까지 죽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넘겨져야 한다.
그런데 이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또 누구에게 분배될 것인가는 적법한 유언으로 작성된 유언장에 적혀 있느냐 아니면 유언이 없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미국인들의 유언 비율
미국 법률 잡지 ‘렉시스네시스’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5% 가량은 사망했을 때 재산과 관련된 유언이나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흑인들은 비율이 더 높아 68%나 됐고 히스패닉은 74%로 대부분 유언에 관련돼 아무런 조치도 마련해 놓고 있지 않다고 보면 된다.
또 다른 연구 보고서를 보면 비율이 이보다 더 높게 나타나 있다. 연령별로는 예상과 같이 젊은 사람들의 유언 작성률이 나이든 사람들보다 훨씬 낮다. ‘US 리걸 윌스’가 실시한 최근의 한 연구 결과를 보면 65세 이상자의 대략 65%만이 유언장을 작성한데 반해 18~24세 젊은 층은 고작 15%만 작성했다.
그렇다면 수입에 따른 작성 비율은 어떻까. 수입이 많을수록 유언 작성률이 높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리걸 윌스는 연수입 10만~14만9,000달러 수준의 소득을 가진 사람의 유언 작성률은 고작 9.6%에 그친다.
이 비율은 15만 달러 이상 수입자에서는 소폭 상승해 15%로 조사됐다. 그런데 고소득 일수록 유언장을 더 많이 작성하고 있지만 이를 최신 상황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는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유언장 vs 유언장 없음
유언이 있다고 해서 법적 과정을 거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프로베이트(probate)라고 부르는 ‘상속 검증’ 과정은 법원이 유언의 실제 효력을 검증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나마 유언 없이 숨지면 프로베이트 법정에서 고인의 유산을 정리, 집행하게 된다. 재산의 성격이나 유산을 받게 되는 상속자는 보통 법원에서 정해진다.
■타이틀 없는 자산
어떤 재산은 상속인에게 자연스럽게 넘겨진다. 공식적으로 타이틀을 넘겨 줄 필요가 없는 경우다. 가구, 보석과 같은 개인 동산은 소유권을 인정할 수 있는 서류가 없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만약 유산 전체가 타이틀이 없는 재산이라면 상속자들이 분배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프로베이트 법정에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프로베이트 이외에 넘어가는 자산
유언의 유무에 관계없이 일부 자산은 프로베이트 과정 없이 상속인에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도 유언 이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만약 ‘커뮤니티 프로퍼트’(공동재산) 상태라면 최소한 공동 재산의 일부에 대해서는 소유권을 넘겨 받을 수 있다. 일부 재산은 수혜자(베니피셔리)를 정해놓은 사실상의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수혜자에게 넘겨진다.
생명 보험이거나 사망금이 포함된 어누이티 상품, 많은 은퇴 저축 구좌 등이 이에 속한다. 은행 어카운트는 보통 ‘payable-on-death’라는 조항이 있어 승계자의 이름을 넣을 수 있게 한다.
이런 구좌들은 이미 어떻게 사용하거나 누구에게 줄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법정에서 상속 검증을 받을 필요는 없다.
■유언장을 남겼을 때
유언은 바퀴를 잘 돌리기 위한 매우 중요한 윤활유나 다름 없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후 평소 생각했던 대로 모든 재산에 대한 책임을 원활하게 집행인에게 넘겨주는 도구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유언은 보험과 같이 법원이 판단할 수 없는 외적 재산 이전은 바꿀 수 없다. 따라서 평소 원하던 수혜자와 코사이너의 이름이 등재 돼 앴는지 수시로 업데이트해 줄 필요가 있다.
법원에서 집행인을 지정하는 대신에 고인이 살아생전 집행인을 정해 놓으면 된다. 유산 집행인의 역할은 법원 집행인과 유사하지만 법원 집행인처럼 모든 행동에 법원의 승인을 받을 필요 없이 자율적으로 유언을 집행할 수 있다.
프로베이트 법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또 유산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전할 수 있게 된다.
■트러스트(trust)
신탁으로 불리는 트러스트는 재산 양도자(고인)가 수혜자라고 불리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신탁관리자(trustee)에게 재산을 맡긴다는 동의서다.
트러스트는 보통 세금 혜택을 보기 위한 유상 계획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 재산의 분배 또는 사용 조건을 달거나 프로베이트 과정 없이 재산의 소유권을 상속자에게 넘겨주도록 한다. 트러스티, 즉 신탁 관리자는 고객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피듀셔리 의무하에서 수혜자를 위해 재산을 임시로 맡고 있는 역할을 한다.
■유언장 없는 집행
자동차나 부동산과 같은 기타 자산은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서류가 있어야 한다. 소유주가 사망했다면 소유권을 넘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법원 명령이나 법원 검증 절차를 통하는 것이다.
유언 없이 사망했다면 고인의 유산은 집행 과정을 통해야만 타인에게 타이틀이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고인의 의향을 표현해 줄 유언이 없기 때문에 상속과 양도에 관련된 주법에 따라 결정된다. 모든 주마다 자체 상속법을 가지고 있다.
상속 과정은 보통 상당히 길고 비효율적이며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법정이 지정한 유산 집행인(가족이 될 수도 있고 변호사가 될수도 있음. 법원이 지정해줌)은 모든 일을 법원에 요청해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법원 집행인은 매번 법원 명령을 요청해야 하고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따라서 프로베이트 과정은 보통 2년 이상 소요된다.
유언장 없는 집행은 고인의 의향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고인이 딸에게 평소 엄마의 진주 목걸이를 주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거나 친한 친구에게 자신의 자동차를 주고 싶다고 했어도 집행인은 평소 고인의 의견을 따를 의무는 없다는 말이다.
사실 집행인은 이런 상속 재산들은 법에 따라 처분하고 또 법이 정한 상속인들에게 나눠주려고 한다. 따라서 죽기전 유언을 작성한다면 이런 과정에 소모되는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