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미국에서의 은퇴란 현실적으로 매우 다른 두 가지 이야기가 되었다. 지난 2010년은 최근의 기억으로는 최악이었던 불경기와 재정 위기로부터 경제가 막 회복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실업률은 높았고, 주식시장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수백만의 근로자들은 은퇴 플랜이 망가진 것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그 때로부터 경제는 재도약하기 시작해 일부는 탄탄한 은퇴계획의 토대 위로 되돌아 왔으나 모두에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고용은 늘었으나 임금 상승은 최근 들어서야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나마 고령의 근로자들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은퇴자금이 축적된 곳은 거의 가계 소득이 높은 층에 한정된 반면 중산층이나 저소득 가정은 그런저런 상태이거나 오히려 그 토대를 잃었음을 연방준비제도 자료는 보여주고 있다.
직장 은퇴플랜 혜택 받는 고소득 직장인 순항
중산층 저소득층은 대책 암울 은퇴준비 미비
소셜시큐리티 가치 하락, 메디케어 비용은 상승
실업률 크게 낮아졌으나 임금 인상 제자리걸음
사회보장 연금인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어 또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소셜시큐리티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의 가치는 떨어지고 메디케어의 비용은 오르고 있다.
베이비부머와 X세대에게는 성공 확률이 혼재돼 있다. 고소득 가정의 경우 지난 10년간 성공적인 은퇴를 할 가능성이 급상승한 반면 중간 소득의 가정은 좀 나아지긴 했으나 성공적인 은퇴 가능성이 반반으로 분석됐다. 특히 저소득 가정은 그 확률이 급속히 떨어져 은퇴 연령에 근접하고 있는 베이버부머들이 경제적으로 성공적인 은퇴를 할 수 있는 비율이 10년 전 26%에서 지금은 11%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 근로자의 경우 고용주가 은퇴 플랜을 후원해 줌으로써 은퇴 전망이 크게 향상된 것”이라고 한 전문가는 분석했는데, 지난 10년 세월 동안 은퇴의 지평은 어떻게 바뀌어져 왔는지 분야별로 한 번 살펴보자.
우선 주식시장은 2009년 3월 바닥을 친 후 반등하기 시작해 그때 이후 4배 이상 올랐다. 은퇴 연금을 적립하고 있는 고정 봉급자들은 대부분 주식 시장이 붕괴됐을 때도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그 시장을 떠나지 않아 반등의 헤택을 봤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회복되면서 은퇴 자금이 쌓이게 된 층은 은퇴 플랜이 제공되는 직장에서 일하면서 계속 적립할 수 있는 인구에 한정됐다. 예를 들어 밴가드 리포트에 의하면 지난 2018년의 경우 연 수입 15만 달러 이상인 플랜 가입자의 평균 잔고는 19만3,130달러였던 반면, 연 수입 3만에서 5만 달러인 근로자의 은퇴 계좌에는 평균 2만2,679달러만 들어 있었다.
연방준비제도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6년 미국 가정의 52%가 은퇴계좌를 가지고 있었다. 지난 2010년에 비해 크게 바뀌지 않은 것으로 그 때는 50%였다. 은퇴계좌의 소유 여부를 인종적으로 살펴보면 현격한 차이가 나, 2016년 백인은 58%, 흑인은 33.6%, 라티노 가정은 27.8%가 각각 은퇴계좌를 가지고 있었다.
지난 10년간 은퇴계좌를 더 늘리려던 연방 정부의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직장 제공 은퇴플랜이 없는 근로자들의 임금에서 일부를 떼 은퇴연금인 IRA 계좌로 자동이체되도록 하도록 하는 안을 시도했으나 연방 의회에서 좌절됐다. 그때 이후 10개 주에서 이와 유사한 플랜을 입법화해 일부 주는 이를 시행하고 있다.
직장 은퇴연금 플랜이 있는 가정은 그 성과가 뚜렷해 밴가드 자료에 의하면 은퇴 계좌의 적립액이 지난 2006년부터 2018년 사이에 22%가 늘어났다.
지난 불경기 때 실직한 근로자는 수입 뿐 아니라 건강보험도 잃었다. 메디 케어 혜택을 받을 나이가 되지는 않는 나이 많은 근로자들은 개인적으로 건강보험을 살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으나 보험가입 요건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보험료는 비싸고 본인 부담액도 높았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오바마케어 통과 후 지난 10년 동안 메디케어 가입 직전 나이인 미국인들의 무보험율은 뚝 떨어졌다. 올해 50~64세 미국인의 무보험률은 9.4%, 2010년에는 14%였다.
은퇴자들의 의료보험인 메디케어는 지난 10년간 등록자도 급증하고 정부의 지출예산도 늘면서 많은 부분이 민간으로 넘어갔다.
올해의 경우 6,100만 명이 메디케어에 가입해 있다. 2010년 보다 33%가 늘었다. 지출 예산은 7,490억달러로 2010년 보다 47%가 증액됐다. 올해를 기준으로 하면 메디케어 혜택을 받는 노령인구 한 사람당 2.9명이 재정부담을 하고 있는 반면 2010년에는 3.4명이었다.
메디케어 파트 B(외래진료를 커버하는 플랜)의 스탠다드 보험료가 내년이면 144.60달러가 되는데 이는 2010년 보다 31%가 많아진 것이다.
또 다른 현저한 현상은 민간보험사가 제공하는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플랜, 의료 서비스마다 수가를 내던 원래의 플랜 대신 모든 것을 하나의 매니지드 플랜으로 묶은 이 플랜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이저에 따르면 2010년 전체의 24%였던 어드밴티지 플랜 가입자가 올해는 34%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성장세는 어드밴티지 플랜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한 보고서는 연방 조사관들이 부적절하게 의료 서비스 제공이 거절한 사실을 조사한 것과 관련된 것이고, 또 다른 보고서는 의료 서비스의 질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에 나온 연방 보건부 리포트는 어드밴티지 플랜이 환자의 기록에 부적절한 항목을 더하는 방법으로 의료비를 과다청구 하고 있다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메디케어 HMO와 PPO와 같은 프라이빗 플랜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 지난 10년 간의 가장 현저한 현상이나 문제는 이같은 성장이 정책 토론이나 정책상에 대폭적인 변화 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한 전문가는 지적했다.
고용문제로 눈을 돌리면, 지난 2010년 3분기, 55세 이상 근로자의 실업률은 7.1%로 2007년 1분기의 3.1%에 비하면 크게 높아졌다. 특히 불완전 고용이나 구직 포기 인구 등을 더하면 2011년 1분기의 실질 실업률은 14.6%로 치솟게 된다.
경기회복은 실업률을 크게 떨어뜨렸다. 올 2분기 55세 이상의 실업률은 2.6%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같은 고용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임금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55~64세 사이의 풀타임 근로자의 중간 주급은 지난 2008년 3분기에 861달러였으나 인플레율을 감안하면 올 3분기에는 872달러라고 연방 센서국 자료는 밝히고 있다. 지난 불경기 때 실직한 55세 이상 근로자가 입은 피해는 영구적이라고 한 경제학자는 지적한다. 나중에 직업을 다시 구하게 돼도 대부분 불경기 전보다 훨씬 저임금이 대부분이어서 실직 기간 등을 더하면 은퇴연금 적립에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주택 소유는 은퇴 후 재정 안정에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노년층의 집 소유율은 불경기 이후 크게 떨어졌다. 인종간의 차이도 커 50~64세 사이 흑인의 주택 소유율은 2004년 62%에서 2018년 54%로 떨어졌다.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은퇴 후 대책에 핵심역할을 하는 소셜시큐리티는 지난 10년간 베네핏의 가치가 떨어지고 앞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보여 중산층과 저소득 주민의 은퇴 계획에 암울함을 더하고 있다. <By Mark Mil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