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사실 주변에 안 알리고…
자신이 수혜자인 줄 모르고…
암·치매 등에 혜택도 몰라서…
#작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한인 A씨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보험계약서를 발견했다. 아버지가 30대때 가입해 놓은 생명보험이었다. 평소 친분이 있는 보험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아 보험회사에 청구, 가족들이 총 100만달러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한인 B씨는 지난해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직장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막대한 치료비와 생활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그런데 한 지인이 가입한 생명보험이 있다면 확인해 보라고 조언했다. 알아보니 자신이 가입한 생명보험을 통해 사망 뿐이 아닌 중증 질환으로도 보험금 수령이 가능했고, 결국 30만달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다. 끝내 알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수혜자가 자신이 수혜자인지 모르거나, 계약 내용을 제대로 모르는 등의 이유로 수십만 또는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보험금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보험감독자협의회(NAIC)는 최근 한 설문조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생명보험 수혜자들은 보험금을 받을 준비가 안 돼있다”고 전했다. 언제 보험금이 지급되는지 상세 계약 내용을 잊었거나 제대로 모르는 경우는 태반이며, 기본적인 정보도 숙지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NAID는 수혜자가 보험계약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는 베이비부머 세대(56~74세)에서 41%, 밀레니얼 세대(24~39세)에서 29%, Z세대(18~23세)에서 23%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회사가 어디인지 모르는 경우는 각각 33%, 30%, 25%로 집계됐으며, 보험금 액수를 아는 경우도 30%, 26%, 18% 등으로 조사됐다.
또한, 자신이 누군가의 수혜자로 지정돼 있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는 경우도 많은데, 특히 밀레니얼 수혜자의의 20%와 Z세대의 21%가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NAIC는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나 한인들의 경우 자신이 생명보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변인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한인들 사이에선 ‘사망’시에만 수령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사망하기 전에 받을 수 있는 생명보험 혜택을 ‘리빙 베니핏’(Living Benefit)이라고 한다. 암, 치매, ‘롱텀케어’(Long Term Care) 등 이 혜택에 해당되는 상황도 꽤나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오래 전에 가입해 놓은 생명보험이 있다면 검토해 볼 것을 당부했다. 한인 업체인 블루앵커 보험의 마이클 김 대표는 “투자 성격, 리빙베니핏 등 요즘 생명보험 상품의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면서 “생명보험금을 내고 있다면 보험이 기대했던대로 잘 가고 있는지, 사망시 수혜자를 바꾸고 싶진 않은지, 자신이 모르는 다른 기능들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