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 금, 미국 국채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28일(한국시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원 오른 1,176원70전으로 마감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우한 폐렴 공포로 9원80전 급등한 1,178원50전으로 개장한 후 숨 고르기 장세로 들어갔다. 환율은 1,175원30전으로 상승폭을 줄이다 1,176원70전에서 마무리됐다. 설 연휴 동안 우한 폐렴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낸 반면 위험자산인 원화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미 국채와 금에 대한 선호 또한 높아지고 있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27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수익률)는 1.61%로 전 거래일 대비 8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국채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은 국채가격이 그만큼 상승했다는 뜻이다.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10월10일(1.59%) 이후 3개월여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TD증권은 우한 폐렴으로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추가로 더 부정적인 소식이 나올 경우 10년물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1.3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상 글로벌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지는 단기물과 장기물 금리도 역전됐다. 로이터통신은 “2년 만기 미 국채와 5년 만기 미 국채의 수익률이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고 전했다. 장단기 수익률 역전은 통상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지표로 해석되는 만큼 우한 폐렴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금값도 껑충 뛰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0.4% 오른 1,577.4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3년 4월 이후 약 6년여 만의 최고 수준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사태에 따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인 중국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의 언론 통제가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