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생 길다고 느낄수록 노후자금 적립에 적극적
대부분 55세 전후해 은퇴현실 깨달음 찾아와
AARP “은퇴 전 수입의 70~80%는 돼야 편안”
자신의 어린 아이들을 쫓아다니느라 세월을 보낸 부모들은 자신들의 실제 나이보다 더 늙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불평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부모들은 건강과 약간의 돈만 가지고 있다면 60대와 70대 심지어 80대에 그럴 것이라고 상상했던 것보다 더 젊음과 활기를 느낀다고 말할 것 같다. 젊음과 강인함을 유지하면서 다방면에 걸쳐 훌륭한 삶을 꾸려가는 노년층의 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당신의 실제 나이와 관계없이 당신이 느끼는 나이는 돈에 대한 당신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어떻게 저축하고 쓰는지와 기부, 그리고 자녀들에게 남길 유산 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런 영향은 1% 계층이나 상당히 여유로운 중상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던 엘더 아카데미’ 설립자인 침 콘리는 건강이 좋을 경우 중하층조차도 더 길어진 수명에 대비해 50대에 자신들의 재정을 재평가는 것으로 연구조사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리셋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다. 70대가 되면 로큰롤의 전설들조차 자신들의 청중들이 가진 돈보다 더 오래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는 걸 잘 안다. 현재 계속되고 있는 70대 록 밴드 롤링스톤스의 투어는 애뉴어티 비즈니스 연합단체인 ‘얼라이언스 포 라이프타임 인컴’이 후원하고 있다.
노화 관련 비즈니스들을 자문하는 ‘에이지 웨이브’의 경영자인 켄 디치월드는 최근 컨서트에서 롤링스톤스의 여전한 연주에 놀랐다고 말했다. 또 스폰서들에도 놀랐다고 덧붙였다. 스폰서들은 은퇴자들에게 매달 연금 형태의 체크를 보내주는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약 35개 업체들의 그룹이었다. 섹스, 마약 그리고 보장 애뉴어티? 최소한 스톤스에게는 이것이 제대로 작용하고 있다. 믹 재거가 자신의 3분의 1 나이인 로커와 같은 열정을 가지고 계속 공연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인생을 계속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현실적인 동력은 자신의 실제 나이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나이가 들었다고 느끼느냐에 따라 재정적 결정을 바꾸도록 해 주는 바로 그것이라고 콘리는 말한다. 연대기적 나이는 고정돼 있고 당신이 느끼는 나이는 대부분 마음속에 있지만 실제로 남성과 여성 모두 수명이 늘고 있다. 그리고 풍족한 남성은 더 오래 살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여성들은 가장 오래 산다. 하지만 65세에 은퇴해 그동안 모은 것으로 사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이제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재정적으로 합리적이지 않고 장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달리 행동하고 있다. 더 오래 일하거나 저축을 보충하기 위한 사이드 일을 한다. 여행을 하고 즐기면서도 이렇게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20대들이 겁 없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잘 적응하고 삶의 정점에 서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들 앞에 긴 수평선이 펼쳐져 있다고 상상할지도 모른다고 금년 69세의 디치월드는 말했다. 그는 “이것은 좋은 뉴스이자 나쁜 뉴스이다. 병에 걸릴 것이란 두려움에는 사로잡히지 않겠지만 더 오래 살게 되면서 더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랜 기간에 걸쳐 자신의 테크 기업을 일군 피터 켄트는 아직도 이 회사의 경영자이자 이사로 일하고 있다. 수년 전 풀타임 일은 그만뒀지만 그것은 새롭게 추구하고픈 다른 관심사가 생겨서일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켄트와 대학에서 스패니시를 가르치다 은퇴한 부인 필라 모야노는 플로리다 세인트 피터스버그에서 산다. 이들은 자주 여행을 다닌다. 이들은 에커드 대학이 개설한 은퇴한 전문직들을 위한 평생 학습그룹의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내 나이 75세지만 60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15년 전엔 어떻게 느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시 나는 스타트업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일은 즐거웠다. 많은 돈은 없었지만 뭔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대답했다.
콘리는 자신들에게 의미 있는 일에, 하지만 경박하지 않은 방식으로 젊은이들처럼 돈을 쓰는 많은 나이든 사람들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훌륭한 중년의 수정’(great midlife edit)이란 과정을 거친 이들이라고 지적한다. 대개는 55세 전후에 이런 과정은 인생의 첫 단계에서 쌓아놓은 것들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얼마나 오래 살지에 대한 현실적 자각을 안겨주고 그 상황에 맞춰가도록 만들어 준다. 콘리는 이런 축소 훈련이 기댈만한 수입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중하층 임금근로자들 사이에 더욱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당신 앞에 긴 삶이 놓여 있으니 소셜시큐리티가 당신을 어떻게 부양할지에 너무 사로잡히지 말라는 것을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당신은 65세에 은퇴하지 않을 것이다. 원해서든 필요에 의해서든 파트타임 일자리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리프레이밍은 나이 든 사람들이 젊게 느끼면서도 현실적인 재정결정을 하도록 도와준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인생 후반기에도 어떤 형태로든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콘리는 “70대까지 일을 하도록 격려하기 위해 우리는 은퇴가 얼마나 건강에 나쁜지를 말한다”며 “돈을 벌수 있는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으며 뒤뜰의 작은 집을 이용해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소셜시큐리티 2만 달러, 그리고 파트타임 컨설팅을 통해 2만 달러를 더한다면 오래 살기에 충분한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얼마가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편안함을 안겨주는 액수일까? AARP가 제시하는 법칙에 따르면 전에 벌던 액수의 70~80% 정도이다. 그러나 고급 여행을 자주 다닐 계획이라면 이 수치는 은퇴 전 수입의 거의 100%에 육박해야 할 것이다. 수십 년 전처럼 돈을 쓸 수 있는 노인들의 공통된 문제는 ‘자기통제’이다. 많은 이들은 보다 젊었을 때 자기통제를 보이며 저축습관을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갑작스럽게 또 뒤늦게 현실을 자각하게 될지 모른다. 밴더빌트 대학 경영대학원의 켈리 골드스미스 교수는 “사람들이 60대에 갑자기 저축에 몰두하는 것을 보게 된다”며 “이것은 은퇴연령에 접근하면서 10년 후에도 나는 지금과 같은 것이란 생각을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벨 랩의 은퇴한 연구원인 아쇼크 카를로는 75세가 된 지금 예전보다 돈에 대해 한층 더 느긋하게 생각한다며 35세 시절에는 돈을 벌고 모으는 데 더욱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55세 때는 돈을 잘 지키는 걸 고민했으며 돈을 가장 많이 벌던 시절을 잘 통제하며 지나온 지금은 아무 근심 없이 마치 25세인 것처럼 돈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가 원하거나 필요한 것에 편하게 돈을 쓴다”며 단 하나, 딸의 가족에게 유산을 남겨주고 싶다는 바람 때문에 과잉지출은 삼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전문가는 자기통제가 약한 사람들과 관련, UCLA의 핼 허시필드와 시카고 대학의 대니얼 바텔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실험을 언급한다.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80대 자신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가상현실 고글이 제공됐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당장의 이익보다 장기적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변화는 은퇴와 관련한 결정들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