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신제품을 사면 얼마나 오래 쓰길 기대할까? 2년? 아마 3년쯤? 때로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다른 어떤 비싼 전자기기 보다 스마트폰을 더 자주 교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2000년대 말 애플과 구글에서 나온 초기 스마트폰들이 선반을 차지하기 시작하던 무렵, 통신회사에서 전화기를 살 때는 대개 이런 식이었다. 즉 2년 계약을 하면서 전화기를 공짜나 아니면 아주 싸게 받고, 그 대금은 월 전화요금 고지서에 합산돼 나오는 것이었다. 2년 계약의 만기가 가까이 오면 전화회사들은 업그레이드를 미끼로 계약 갱신을 유도하면서 새 전화기를 공짜로 주거나 그 대신 쓰고 있던 구형 전화기를 받아 가는 식이었다. 이런 방식은 오래 된 플립폰, 특히 오래 사용하지 못하는 싼 전화기의 경우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을 가져 왔다. 소비자들에게 매 2년 마다 전화기 업그레이드라는 기대를 갖게 한 것이다.
전화기 수명 연장엔 배터리 교체가 최선
배터리는 소모품, 2년쯤 되면 성능 저하
DIY사이트 도움 받아 직접 고치기도
하지만 스마트 폰 가격이 비싸지면서 통신사들이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이같은 방식이 바뀌게 된다. 2010년대 중반쯤 통신사들은 전화기 값과 서비스 계약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방식은 매달 전화요금 따로, 전화기 할부금 따로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자, 갑자기 스마트폰이 얼마나 비싼지 명확해 졌다. 이같이 되면서 전화기 소유주들이 업그레이드 시기를 늦추기 시작했다.
HYLA 모바일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에는 평균 2.38년 만에 전화기를 바꿨으나 2018년에는 2.77년으로 늘어났다. 최근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진 아이폰의 경우 전화기 교환 기간이 2.92년으로 더 길어졌다. 다른 말로 하면 전화기 가격이 더 투명하게 드러나게 되자 소비자들은 같은 전화기를 더 오래 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처럼 비싼 기기의 생명이 3년 정도라는 것은 아직도 짧다. 700달러짜리 랩탑은 3~5년, 1,000달러가 넘는 것은 이보다 몇 년 더 간다. 그렇다면 전화기는 왜 더 오래 쓰지 못하나?
이유 중 일부는 전화기를 고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랩탑은 외장형 배터리가 있는 게 많다. 배터리 충전이 되지 않으면 사서 바꾸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마트 폰은 내장형 배터리여서 바꾸거나 고치기가 힘들다.
이 문제는 지난 2018년 배터리가 오래 되면 애플폰의 작동이 느려지는 사실이 이슈가 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배터리를 바꾸기만 하면 전화기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수명도 연장시킬 수 있으나 많은 사용자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 애플이 고의적으로 전화기 작동을 늦춘 사실이 드러나면서 애플사는 배터리 교체 프로그램의 서비스 요금을 낮췄다. 소비자들의 호응은 좋았고, 전화기 새 모델의 수요는 줄었다. 30달러만 쓰면 1,000달러를 주고 새 전화기를 사는 대신 오래된 아이폰에 새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자기기 수리를 권하고 가이드도 제공하는 사이트인 iFixit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는 소비자들에게 전환점이 됐다. ”배터리를 바꾸기만 해도 전화기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 이건 대단한 일!”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아이폰의 내장형 배터리가 전화기 그 자체가 아니라 소모품이라는 걸 애플이 인정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어떤 전화기냐에 따라 소비자가 스스로 고칠 수도 있을 것이다. IFixit은 가장 인기있는 전화기 종류를 세분화해서 수리가능 정도에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지난 수년간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수리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기를 직접 고치든, 아니면 서비스 센터에 가지고 가든 전화기 수명을 길게 하는 몇 가지 공통 부품이 있다.
배터리 교환은 다른 어떤 것을 고치는 것 보다 전화기 수명을 더 늘리게 된다. “대부분의 전화기 배터리는 2년이 지나면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자동차 타이어를 생각하면 된다. 고속도로에서 칼날 위를 달리지 않는다고 해도 얼마가 지나면 갈아야 한다. 소모품이기 때문”이라고 iFixit 관계자는 말했다.
전화기를 2년쯤 갖고 있게 되면 전처럼 충전이 되지 않는다.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 논란이 일면서 이 때문에 전화기 기능이 느려지고 작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것도 알려졌다. 더 많이 충전하고 소모할수록 배터리 기능은 더 저하된다.
“아이폰은 500회 정도의 충전 사이클을 거치면 원래 배터리 성능의 80% 정도만 갖게 된다. 완전한 충전 사이클이란 밤에 충전했다 낮에는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새 배터리는 1년반에서 2년 정도 되면 대개 이 과정을 거치게 된다.” 배터리를 교체하면 다시 500회 정도 완전한 충전 사이클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전화기 수명이 2년 더 연장될 수 있다. 애플은 워런티 기간이 지난 배터리를 50~70달러에 교체해 주고 있으니 전화기를 바꾸는 것 보다는 훨씬 싸게 먹히게 된다.
스크린은 수리할 수 있는 또 다른 부품이다. 케이스를 하고 있다고 해도 떨어뜨리게 되면 스크린은 금이 가거나 깨지게 된다. 스크린은 가장 비싼 부품 중 하나여서 직접 고친다고 해도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새로 사는 것 보다는 당연히 싸게 먹힌다.
깨진 스크린을 직접 고치려고 할 경우 주문하면 수리에 필요한 부품과 도구 일체가 온다. 스크린과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긁어내릴 때 이를 감지하는 디지탈화 장치(digitizer)가 부품이며 스크린 유리만 갈아 끼울 경우 훨씬 싸게 먹힌다.
모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애플에 수리를 맡길 경우 애플케어 플러스라는 워런티를 사지 않았다면 최대 330달러가 든다. 일부 안드로이드 폰은 유사하게 비싸다. 직접 수리할 경우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수리과정은 어려울 수 있지만.
스마트폰은 좁은 공간에 가능한 많은 부품을 집어넣은 제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들 때 수리를 쉽게 하기 것보다 공간을 아껴 사용하는 것에 우선권을 두었다. 하지만 부품 구하는 게 쉽고 수리에 필요한 자신감과 지식만 있다면 스마트 폰은 4~5년은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고 본다.
전화기를 수리할 경우 3가지 옵션이 있다. 첫 번째, 직접 고칠 경우 가장 싸게 먹힌다. iFixit과 같은 사이트는 전화기를 여는 방법 등을 상세하게 안내해 준다. 수리하려면 특별한 공구가 필요할 수도 있고, 어떤 전화기는 열기가 보통 전화기 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공구나 부품을 사기 전에 전화기 모델을 잘 파악해야 한다.
가장 비싸긴 하지만 가장 안전한 방법은 전화기 제작업체나 공인된 서비스 센터에 맡기는 것이다. 애플이나 구글, 삼성 등 대부분의 전화기 제조기업은 수리비만 내면 배터리와 스크린, 다른 부품들도 고쳐 준다. 아이폰은 애플 스토어에 가져가면 되고, 삼성 폰은 미 전역에 500여개 소가 있는 uBreakiFix에서 고칠 수 있다.
각 제조사들의 공인 서비스 센터를 이용하면 추후 다른 서비스가 필요할 경우가 생겨도 제조사가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 컴퓨터 가게 등 공인되지 않은 수리업소를 이용하면 수리비는 싸도 다른 일로 제조사의 서비스가 필요할 경우 문제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