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반스&노블의 회생 책임을 맡게 될 제임스 던트는 서점의 이상적인 선반 각도를 놓고 수주일이나 시끄럽고 뜨거운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그가 런던의 최고급 식당에 앉아 논쟁을 벌인 상대는 이탈리아 쇼룸 디자이너였다. 디자이너는 선반을 4도 젖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던트는 틀렸다고 맞섰다. 올바른 답은 3도라는 것이다. 던트가 말하고 있는 것은 영국 최대 서점 체인인 워터스톤스(Waterstones)이다. 그는 이 체인이 파산 직전에 놓여있던 2011년부터 경영해왔다. 부드러운 어투에 장난기 많은 웃음을 짓지만 의지가 단호한 금년 55세의 던트는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워터스톤스의 모든 것들을 재검토해 이 체인을 죽음으로부터 건져냈다.
서점체인‘워터스톤스’도산서 건져낸 제임스 던트
아마존 공세에 무너진‘반스&노블’새 경영자로
“각 서점 독립성 부여해 고객들에 체험 제공해야”
그런 변화들은 영국 내 289개 매장들에 가득하다. 이곳에는 출판사들이 팔고 싶어 하는 책들이 아니라 손님들이 사고 싶어 하는 책들이 진열돼 있다. 각 매장 매니저들은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꾸밀 수 있는 재량권이 주어져 있다. 영국 펭귄 랜덤 하우스 출판사의 경영자인 탐 웰든은 “던트는 실질적으로 일련의 독립서점들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서포크의 아주 작은 사우스월드 북스 같은 일부 워터스톤스 매장들은 워터스톤스로 불리지 않는다.
런던 가워 스트릿 매장 같은 곳들은 콘센트를 많이 갖춘 카페를 가지고 있다. 카페는 랩탑을 소지한 학생들로 북적이는데 이들 대부분은 커피보다 전기 소비를 더 많이 한다.
아마존 세계에서 곧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워터스톤스는 2015년 흑자로 돌아섰다. 약 5억 달러 매출에 10% 정도 마진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그는 또 한 번 이런 회생을 이룩할 수 있을까. 그가 경영하게 될 반스&노블은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1997년 이후 거의 400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현재 영업 중인 곳은 627개이다. 최근 5년 사이에 10억 달러의 시장가치가 사라졌다. 최근 워터스톤스를 소유하고 있는 프라이빗 에퀴티 기업 엘리엇 어드바이저스는 6억8,300만 달러에 반스&노블을 인수하는 계약을 완료했다. 던트는 뉴욕으로 이주해 새로운 경영자로 일하게 된다.
던트는 자신의 계획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워터스톤스에서 갖고 있던 작전집은 일부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그것은 빠른 온라인 거래와 대비되는 풍성한 체험을 제공하는 게 서점의 유일한 목적이며 현재 반스&노블에서의 체험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던트는 “솔직히 당신은 반스&노블을 사랑하기 원하지만 당신이 서점을 떠날 때 약간 배신당한 느낌을 갖게 된다”고 최근 피카딜리 일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말했다.
던트는 워터스톤스 경영에도 계속 관여하게 된다. 그는 머지않아 출판업계의 가장 강력한 인물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워터스톤스는 출판사들로부터 특정 책을 밀어주기 위한 돈을 받지 않는다. 그러면서 워터스톤스 본사는 홍보할 책들을 고른다. 이달의 책과 금년의 책을 선정하는 것이다. 이런 책들은 거의 예외 없이 베스트셀러가 된다. 프로파일 북스의 앤드류 프랭클린은 “이것은 아마존에서 하지 않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알고리즘은 수동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기존 구입 책에 의거해 당신이 좋아할만한 책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구독자들이 찾을만한데도 알려져 있지 않은 책들을 조명하지는 않는다. 문학계의 스타를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워터스톤스는 주기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 던트는 한 모임에서 연설을 통해 아마존의 공세로 서점업계가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우리는 아주 먹힌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터스톤스는 아직 자신의 영역을 갖고 있다. 25%의 시장 점유율을 고집스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 내 아마존 점유율은 40%이다. 반스&노블도 싸움에서 패배해왔으며 미국 시장에서 단 8%의 점유율을 갖고 있을 뿐이다. 아마존은 50%이다. 반스&노블은 아마존 영역에 도전했다가 쇠퇴를 자초했다. 전자상거래에 과도한 투자를 했으며 누크(Nook)에서만 10억 달러 이상 손실을 기록했다. 워터스톤스는 아주 적은 예산으로 웹사이트를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매출의 5%를 올리고 있다.
이 서점은 서점에서의 기쁨을 파는 것이 첫 번째이고 책은 두 번째이다. 던트의 이론에 따르면 서점이 매혹적이고 자꾸 가고 싶은 곳이 된다면 그곳이 그저 더 즐거운 게 아니라 책 자체도 온라인 구입 책보다 더 좋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당신은 책을 더 즐기게 되고 더 빨리 읽게 된다. 당신 눈과 손과 귀로 그것을 고른다. 이것은 기대감에 관한 것이다. 아마존에서 책을 사면 뜰을 때 약간의 기대감이 생기지만 보통 단조롭고 재미가 없다”고 던트는 말했다.
더트가 워터스톤스를 떠맡았을 때 출판업자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회의감이 있었다. 서점과 관련한 그의 이전 경험이라곤 그 자신이 만든 6개 서점 체인을 운영한 게 전부였다. 약 50명의 직원들을 관리했지만 워터스톤스 직원은 3,000명에 달했다.
더구나 그는 대형시장 소매업자치곤 너무 박식했다. 그의 스타일은 세일스맨보다 소믈리에에 가까웠다. 그리고 상당히 급진적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워터하우스 출판업자들이 제공하는 연 3,800만 달러에 달하는 이른바 ‘협업 비용’을 포기하길 원했다. 이 돈을 주고 출판업자들은 어떤 책을 어디에 전시할지 지시할 수 있었다. 던트에게 이것은 완전 정신 나간 짓이었다.
그는 협업 비용을 크랙 마약에 비유했다. 금세 취하고 결국은 받아들이기 힘든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의미에서다. 던트는 “크랙을 한 상태에서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 우리는 고객들이 원하지 않는 책들로 서점을 채우고 있었다”고 말했다.
출판업자들은 협업 시스템을 좋아했다. 그들이 큰돈을 지불한 책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업자들은 아주 흔한 ‘두개 사면 하나 공짜’ 같은 포로모션에 빠져있었다. 던트는 이런 방식을 혐오했다. 수개월의 협상을 거쳐 던트는 출판사들에 협업을 포기하고 그 대신 워터스톤스에 모든 책들을 일괄 할인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재고를 줄이는 문제도 협의했다. 당시 워터스톤스 인벤토리의 20% 이상은 출판사들에 반송되고 있었다. 출판사들로서는 반송비용과 담당 인력에 수백만 달러를 써야 한다는 얘기다. 던트는 워터스톤스가 진열 책을 결정함으로써 재고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현재 출판사들로 반송되는 책은 4%에 불과하며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반스&노블의 경우 이 비율은 20~25%에 달한다. 협업 폐지를 통해 던트는 본사와 서점들의 인력을 줄일 수 있었으며 생산성은 크게 올라갔다. 직원들은 물건을 싸고 반송하는 일 대신 책을 파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