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포기 귀국행렬
망명신청도 크게 줄어
미국에 가기 위해 과테말라에서 멕시코 북부 국경까지 올라간 조엘은 4개월의 기다림 끝에 미국행을 포기했다.
조엘은 “아무런 진전도 없이 하루하루 지나고 있다. 아무도 (미국에) 들여보내지 않을 작정인 것 같다”며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과테말라 귀환을 신청했다.
미국으로의 망명 절차가 갈수록 까다로워지면서 조엘처럼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던 계획을 포기하는 중미 이민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이 3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멕시코 국경도시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 이민자 480명이 IOM을 통해 자발적으로 본국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로 돌아갔다. 대부분이 어린 자녀와 함께 온 여성들이었다.
힘겨운 여정 끝에 미국-멕시코 국경까지 온 이들은 미국 망명 절차가 기약 없이 길어지자 자녀의 건강 등을 우려해 본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망명이 어려워지면서 망명 신청 자체도 줄었다. 엘우니베르살에 따르면 지난 27일에 시우다드후아레스에 있는 이민자종합업무센터에 접수된 정치적 망명 신청은 한 건도 없었다. 중미 이민자들의 미국행이 본격화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5월 한때 하루에 250명까지 치솟았던 망명 신청자 수는 6월 들어 하루 40명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처럼 미국 문을 두드리는 중미 이민자들의 수가 줄어든 것은 멕시코가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남부 국경의 경비를 강화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미국-멕시코 국경까지 도착해 망명을 신청한 이민자들도 첫 면접까지 최대 6개월가량을 멕시코 국경도시에 머물러야 한다는 점도 이민자들의 미국행 단념을 부추겼다.
현재 시우다드후아레스에는 미국 망명을 신청한 5,500명의 중미 이민자들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엘우니베르살은 “망명 신청이 통과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민자들의 절망감이 커지면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달하는 중미 이민자들의 수가 지난 5월 대비 39.3% 줄었다고 말했다.
전체 규모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빈곤과 폭력 등을 피해 고국을 등지려는 중미 이민자들이 여전히 위험천만한 여정을 시작하고 있고, 합법적인 망명 대신 불법 월경을 시도하는 경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종합적인 중미 개발계획을 통해 이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10월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는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 누에보 라레도의 인터내셔널 브리지에서 미 연방 세관국경보호국 요원들이 망명신청을 위해 국경을 넘으려는 중남미 이민자들로부터 망명신청 서류를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