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파마·염색·다이어트 등
탈모증 초래 원인 매우 다양
주로 머리 중심부 숱 적어져
“하루 100여개 빠지면 상담을
습관 바꾸고 꾸준히 치료하면
탈모 진행 늦추고 예방효과도”
풍성하고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은 많은 여성의 로망이다. 하지만 지난 2017년 탈모증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21만5,000여명 중 45%(9만6,700여명)가 여성이고 이들 여성 10명 중 4명이 20~30대다. 이들의 탈모증을 부추기는 요인으로는 잦은 파마·염색과 헤어드라이어 사용, 단기간에 체중감량을 위해 굶거나 음식섭취를 크게 줄이는 다이어트, 스트레스, 미세먼지 등이 있다. 심한 다이어트로 모발성장에 필요한 미네랄·단백질·필수지방산·비타민B 등이 부족해지거나 학업·취업 등 스트레스로 두피 혈관이 수축돼 영양·산소 공급이 줄면 모낭이 부실해져 모발이 가늘어지고 모발주기가 짧아져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성호르몬 덕에 이마 벗겨지는 대머리 드물어
우리 두피에는 8만~12만개의 모낭이 존재하며 매일 50~100개의 머리카락이 빠진다. 자고 나서 또는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이 100개를 웃돌거나 머리숱이 적어지거나 모발이 있던 부위가 휑해졌다면 탈모증일 가능성이 크므로 의사와 상담해보는 게 좋다. 탈모증은 초기에 생활습관을 고치거나 약물치료로 관리하는 게 효과가 좋다.
문혜림 고려대안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스트레스에 민감하고 잦은 다이어트 등으로 20~30대 여성의 탈모가 늘고 있다”며 “탈모샴푸, 비의료적 두피관리 등에 의존하다 증상이 악화된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여성형 탈모의 일부는 남성형 탈모와 같은 경로로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남성형에 비해 탈모의 정도가 약해 이마가 벗겨지지 않고 머리 중심부의 모발이 가늘어지며 머리숱이 적어지는 특징이 있다. 남성형 탈모와 관련이 있는 남성호르몬(안드로겐) 중 하나인 테스토스테론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훨씬 더 많이 갖고 있어서다. 에스트로겐은 탈모 진행을 억제하고 모발을 성장시키는 기능을 한다. 여성형 탈모는 모발의 굵기가 머리카락별로 다른 비균질화 현상도 잘 나타난다.
남성형 탈모는 테스토스테론이 모낭의 특정 세포와 피지샘에 존재하는 5알파 환원효소와 만나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돼 모낭을 위축시키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게 해 결국 탈모로 이어진다. 그래서 탈모 부위에 5알파 환원효소가 얼마나 활성화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앞머리(이마선~정수리) 탈모증은 심하지만 뒷머리는 남아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이 효소가 앞머리 두피 쪽에만 활성화된 경우다.
임신 중에는 여러 호르몬의 영향으로 빠져야 할 모발이 빠지지 않고 있다가 출산 후 3개월 무렵 한꺼번에 빠지게 된다. 산후 탈모증이라고 하는데 이 시기가 지나면 이전 상태로 회복된다.
◇폐경기 전후에는 남성형 탈모치료제 복용 효과
원형 탈모증은 모발의 면역 공격에 의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다양한 크기의 원형 탈모반이 발생한다. 뿌리 부분인 털망울이 위축되고 밑 부분이 탈색된 느낌표 모양의 모발도 흔히 관찰된다. 드물게 수염·눈썹·속눈썹·체모에도 생길 수 있다.
여성형 탈모증은 남성형 탈모증보다 치료가 더 어려운 편이다. 우선 남성에 비해 탈모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변수가 많다. 그래서 혈액·호르몬 검사 등을 통해 갑상선 기능 이상, 다낭성 난소증후군 등으로 인한 탈모와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남성형 탈모증과 달리 효과 좋은 먹는 약의 수혜를 누리는 데 제한점도 많다. 여성형 탈모증 치료제는 사실상 바르는 미녹시딜밖에 없고 효과를 보는 경우가 20%에 불과하다.
그래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남성형 탈모 치료제를 쓰는 방법이 관심을 끈다. 가임기 여성에게서는 기형아 출산을 우려해 금기시되지만 폐경기 전후의 여성은 그런 염려가 없고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폐경기 전후 안드로겐성 탈모 여성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 12개월 동안 매일 피나스테리드를 고함량(5㎎, 남성은 1㎎) 복용했더니 86명 중 70명(81.4%)에게서 상태가 호전됐다. 모발 밀도는 평균 19%(1㎠당 90→107개), 모발 두께는 9.4% 증가했다. 부작용은 경미하며 곧 사라졌다.
여성 탈모인의 경우 아연과 함께 모발성장 등에 관여하는 철분의 섭취도 중요하다. 신정원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진료를 받는 탈모 여성의 절반가량은 철분(혈청페리틴) 수치가 10~40㎍/ℓ인데 철분보충제를 복용해 40㎍/ℓ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탈모 증상이 개선되고 머리카락에 힘이 생겼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다”며 “철분보충제 복용을 중단하면 20%가량에게서 증상이 나빠진다”고 했다.
원형 탈모증 치료는 모낭 주위의 염증을 억제하는 게 목표다. 범위가 넓지 않으면 스테로이드를 탈모 부위에 주사하고 넓을 때는 면역조절제 등 면역요법, 자외선요법을 쓰기도 한다. 원형 탈모반은 치료가 잘 되지만 재발이 잦은 편이다.
문 교수는 “탈모증은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두피를 자극하는 파마·염색·헤어드라이어 사용은 줄이는 대신 콩류 등 식물성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금연·금주, 자외선에 주의해 건강한 두피 환경을 조성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