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이상 절반 은퇴 나이 도달전 안정된 일자리 잃어
이력서 훌륭해도 나이 밝히면 돌변… 차별 입증 어려워
미국 전역에서 일손이 부족하다는 비명이 울려퍼지고 있다.특히 대기업이나 가족 비즈니스의 경우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지금 실업율은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용주들은 인력을 충원하는데 비상이 걸려 있다. 하지만 취업 전선에 드리운 나이 차별의 그림자는 여전히 길고 길다.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자리에 맞는 요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0살이 넘어서 또는 40세 이상이어서 아니면 너무 나이들어 보여서 등의 이유로 고용 문턱에서 좌절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페이스북, 링키드인 등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직원 모집 과정에서 중년 이상 연령층을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 기업들을 향한 소송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하지만 법정에서 나이 차별을 입증하는 길은 언제나 힘든 과정이다. 최근 시카고와 애틀랜타에서 연방법원은 차별금지 조항을 적용하는 것을 상당부분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연령 차별을 이유로 제기한 소송에서 그 만큼 승소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인생에서 전환기를 무사히 넘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전국에서 50세 이상의 근로자는 5,400만 명에 달한다.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경기 불황의 징조가 다가오면서 재정적 우려에 직면하는 참이다.
도시연구소(Urban Institute)의 자료에 따르면 50세 이상 근로자의 절반 이상은 은퇴 나이에 도달하기 이전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10명 중의 9명은 이전에 받던 연봉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다. 속칭 별 볼 일 없는 일자리나 입에 풀칠 할 정도의 급여에 만족해야 한다.
“만약 나이가 들어서 일자리를 잃게 되면 새 직장을 찾는 건 아주 어렵습니다.” 도시연구소에서 고용 문제를 다루는 리처드 잔슨 이코노미스트의 말이다.
톰 아데어는 앨러배마 주의 매디슨 시에 위치한 성요한침례교회에서 매주 열리는 50세 이상 구직자 취업 세미나에 참가했다. 빳빳하게 다린 하얀 와이서츠를 입고 금색 버튼이 달린 청색 양복을 정성들여 차려 입었다. 토요타 자동차회사에서 품질 관리 담당 매니저로 일하고 공군에서 컨설턴트로도 일했던 아데어는 지난 10년이 넘도록 계약직 보조 컨설턴트로 일했다. 지난 2009년 이후 안정된 풀타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71세로 머리칼도 물론 희끗하다.
“전화 인터뷰도 여러 번 했지요. 다들 이렇게 말합니다. 이력서가 아주 훌륭합니다. 기본이 아주 탄탄하십니다. 저희 일자리에 딱 맞는 분이십니다. 그러다 나이를 알고나면 확 변합니다. ‘죽을 때가 멀지 않았다’는 이야기이죠. 그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겁니다. 제 아내는 저보고 주름살을 펴는 리프팅을 받아야 한다고 해요. 머리도 염색하고요.”
나이든 사람이 젊은 사람보다 실제로 취업하기 어려운 사실은 연방노동부의 자료에 잘 드러나있다. 나이가 평균 54세가 넘는 구직자는 다시 직장을 찾기까지 거의 1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문을 두들겨도 대답은 없고 일자리를 찾는 게 머나 먼 은하수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답답할 뿐이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이 건물관리직, 사무보조직, 매장 세일즈맨 같은 수천 개의 단순 직종을 대상으로 전국의 12개 도시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가 있다. 4만 명 이상의 가상 구직자를 설정해 이력서를 보냈더니 보통 나이가 많을수록 응답을 받는 비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UC얼바인 경제학과 데이빗 뉴마크 교수는 이에 대해 “가령 60대를 기준으로 일자리를 찾는 게 10년이나 20년 전보다 ‘나빠지면 나빠졌지 절대 나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성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이미 40대부터 남성보다 더 나이 차별을 받고 있다. 뉴마크 교수는 “모든 연구에서 여성에 대한 연령 차별의 근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톰 아데어의 경우 수도 없이 이력서와 지원서를 써 보냈다. 지난 몇 년 동안 변호사와 상담한 것도 세 번이나 된다. 소송을 제기할까 했지만 오히려 매번 변호사들이 소송을 만류했다. 법률 비용이 오히려 더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당한 나이 차별에 대한 소송전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적인 레스토랑 체인 ‘시즌스52’ 사례도 그 가운데 하나다. 연방고용기회평등위원회(EEOC)가 조사한 결과 시즌스 52는 40세 이상을 거의 채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EOC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이 레스토랑 체인의 고용 패턴을 면밀하게 추적하며 자료를 쌓았다. 결국 지난해 시즌스52는 285만 달러를 배상하고 40세 이상 지원자에 대한 차별을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통신노조는 수백만 명의 나이든 근로자를 대표해 아마존, T모빌, 콕스 등 통신업계 대기업과 수백 개의 중소기업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 채용 광고에서 조직적으로 나이 차별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EEOC에도 70개 이상 기업과 고용회사를 고발해 놓은 상태다. 이 중 일부는 법정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다.
노조측 우튼&골든 로펌의 피터 로머프리드만 변호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채용 과정은 어떻게 차별이 벌어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들을 하나하나씩 소송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시민단체들과 노조들은 페이스북을 상대로 대대적인 소송을 벌여 결국 굴복을 얻어내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소수계, 여성, 나이든 구직자를 특정 그룹으로 따로 분류해 시행하는 채용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동의했다. 페이스북은 유저들이 나이, 성별, 짚코드를 입력하면 그에 맞춰 광고를 보내도록 시행해 왔다.
로머프리드만 변호사는 “이런 종류의 차별적 광고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EEOC가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의 조 오스본 대변인은 “고용 차별과 싸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추가 예방 조치도 개발 중이다”고 밝혔다.
의료기술회사인 케어퓨존은 직원 채용에서 경력을 제한해 소송에 걸렸다. 데일 클레버는 3년전 58세 때 이 회사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회사는 7년 미만 경력자를 원했고 결국 29세 된 다른 지원자를 채용했다. 베테랑 변호사인 클레버는 이전에 기업을 위해 EEOC를 상대로 싸운 적도 있다. 그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제는 입장이 180도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연방 항소법원은 올해 회사측 손을 들어줬다. 나이든 지원자를 걸러내는 게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판결이었다. RJ레이놀즈 담배회사 승소 판례가 결정적이었다. RJ레이놀즈도 이전에 비슷한 소송을 당했다. 하지만 법원은 입사 지원자가 의도적인 차별을 받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며 회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클레버 변호사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전 세계에 걸쳐 활동하는 PwC 회계법인은 자체 웹사이트와 보고서를 통해 22만 명에 달하는 직원의 평균 연령이 27세이며 임원급 직원의 80%가 1981년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세대라고 밝힌 바 있다. 바로 지난 4월 캘리포니아에서 PwC에 대한 소송이 연방법원에 제기됐다. 하지만 회사는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원고측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법정에서 입증하겠다”는 게 PwC의 입장이다.
올해 71세인 톰 아데어(오른쪽)가 50세 이상 취업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취업세미나에서 톰 아데어가 꼼꼼하게 적어 놓은 취업 요령 노트.
< Andrea Morales for The New York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