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주도 노동시장
빈자리 채우기는 커녕
기존직원 이탈 늘어가
연봉·베니핏 상승 임박
# “붙들 수밖에 없었다.” 한인타운에서 재무회계 펌(firm)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 A씨의 말이다. 규모가 더 큰 회사로 옮기려던 공인회계사(CPA) 직원을 간신히 설득한 A씨는 “능력있고 실적도 좋은 직원이라 상당 금액의 연봉 인상을 약속해서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경력 직원이 나가면 충원이 쉽지 않다 보니 직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인 B씨는 고민이 깊다고 했다. 직원들이 퇴사하고 난 자리를 채우는 일이 과거에 비해 더 어려워지면서 공석인 자리가 2개월째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급여가 좀 적어도 일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로 옮기는 일이 많아져 애를 먹고 있다”고 B씨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동 시장이 직장인이 ‘갑’의 위치에 서는 ‘구직자 주도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완전고용’이라 할 만큼 최저실업률 속에서 직장인들이 이를 기회로 삼아 임금과 근무 환경이 더 좋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인력 충원은 물론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 고용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2일 보도했다.
구직자가 주도하는 노동시장의 가장 큰 특징이 임금 상승이다. 연방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 상승률은 3.4%로, 과거 10년 동안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는 고용주들이 직원을 충원하거나 이탈 방지를 위해 임금 인상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신문은 분석했다.
여기에 구직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격 요건을 완화하거나 경쟁 업체보다 한발 앞서 빈 자리를 채우려는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원한 업체로부터 취업 제안 전화를 받는 것을 일종의 행운으로 여기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인 셈이다.
이면에는 최저 수준의 실업률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전국 실업률은 3.8%로 떨어졌다. 경제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업률을 ‘완전고용’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구직자가 거의 없어 신규 채용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인 경제계도 완전고용 상황인 구직자 주도 노동 시장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에 비해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경력직 직원은 신입 직원에 비해 더욱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경력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서 일부 업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제시하기도 한다. 높은 보수와 각종 복지 혜택이 많은 대기업에 인력이 몰리는 일종의 ‘쏠림 현상’도 발생해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한 중소업체 업주는 “웹사이트 운영을 위해 경력자 채용을 위해 몇몇 지원자를 면접했지만 모두 현재 직장에 적을 두고 있는데다 높은 연봉을 요구해 무산됐다”며 “2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빈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같은 구직자 주도 시장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년 내 미국 경제가 불경기로 접어든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남상욱 기자>
펜실베이니아주 젤리에노플의 79번 프리웨이 나들목 도로변에 세워진 각종 구인 광고판에서 구인난을 겪고 있는 고용주들의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