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전후 부과 확실시
차종따라 값 10~30%↑ 예상
리스·중고차에 수요 몰릴듯
“트럼프가 관세 전쟁을 하면 우리는 판매 전쟁을 할수밖에 없죠.”
한 한인 자동차 딜러의 이 같은 말은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 부과 조치가 임박한 상황에서 한인 자동차 판매업계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올해 노동절 연휴(9월1~3일)를 전후해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관세 부과에 따른 수입차 가격이 대폭 인상될 것으로 보여 한인 자동차 딜러 및 한인 소비자들은 관세 ‘후폭풍’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4일 CBS 방송은 세계 각국뿐 아니라 미국내에서도 수입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9일 연방상무부 주최로 열린 수입차 관세 부과에 대한 공청회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오히려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수입차 관세 부과 조치가 실현되지 않을 확률은 10% 미만이라고 국제정치 리스크 컨설팅 회사 ‘유라시아 그룹’(Eurasia Group)은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까지 자동차 관세 부과 시기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감안하면 노동절 연휴 전후에 실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수입차와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수입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져 자동차업계는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자동차제조업연맹(The Alliance of Automobile Manufacturers)은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내 수입차 가격이 평균 5,800달러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랜드와 차종에 따라 인상폭은 차이가 있다. 경제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수입차 가격 인상폭은 대략 10% 선이다.
경제매체인 ‘마켓워치’에 따르면 혼다 어코드와 시빅은 각각 3,000달러와 2,600달러, 혼다 CR-V SUV는 1,000달러 정도 가격이 인상되며, 토요타 캠리와 코롤라는 각각 2,000달러와 1,162달러, 토요타 RAV-4 SUV는 4,700달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한인 자동차 판매업계는 잔뜩 긴장하며 대책 마련에 착수하는 모습이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경우 가뜩이나 한국에서 수입되는 부품 부족으로 미국내 생산공장에서 한달 정도 생산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인상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인 자동차 판매업계가 예상하는 한국차 가격 인상폭은 30% 수준. 매년 새차가 출시될 때 400~500달러 정도 인상폭을 감안한 수치다. 가뜩이나 매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 자동차 판매업계로서는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인상은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 한인 자동차 판매업체 대표는 24일 “가격 인상과 관련, 한국차 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럽산 차량들도 조건은 마찬가지”라며 “영업 활동이 위축되어 휘청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중 44%는 외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차종과 브랜드에 따라 관세 영향 역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여 차를 사려는 한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가형 모델의 경우 관세부과시 가격 인상폭이 높아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미국 내 자동차 평균 가격은 3만2,225달러로 5년 전보다 약 3,000달러나 상승했다. 여기에 10%에서 최고 30%까지 가격이 인상되면 부담일 수밖에 없다.
푸엔테 힐스 현대 찰리 정 매니저는 “추가 관세가 부과돼 수입차 가격이 인상되면 새차 구매를 고려했던 한인들이 리스로 돌아서거나 중고차 구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이 더 어렵게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트럼프 정부의 수입차 관세 부과가 곧 현실화할 것으로 보여 자동차 판매업계 및 소비자들은 가격상승에 따른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인들이 선호하는 독일 머세데스 벤츠 생산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