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주택시세 최고점보다 낮고, 모기지 수요도 늘어
금융위기의 충격이 가신지 오래지만 많은 미국인은 투자의 수단으로 주택 구입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 현실이다. 실제 금융위기의 여파가 한창이던 시절에는 플로리다부터 네바다까지 최고점 대비 40% 가량 집값이 폭락한 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후 점진적인 회복세가 이어졌지만 주택 오너들의 뇌리에서 언제까지 무한정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은 사라졌다. 실제 주택 시장에는 여러 악재들이 존재한다. 주택 신축이 감소하는 지역이 생기는 등 건축업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곳도 있다. 이들은 소득과 집값의 괴리를 언급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또 오르고 있는 금리는 주택 구입비를 높임과 동시에 수요 의지를 꺾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증시가 언제까지 무한대로 오르지는 못할 것이고,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한 정책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거품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관점에서 대단히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택시장을 둘러싼 큰 그림을 볼 때 이번 봄은 주거용으로나 투자용으로서 주택을 구입하기에 매우 좋은 타이밍이다. 여기 이와 관련된 7가지 근거가 있다.
■높은 집값
우선 가장 거대한 공포로부터 시작해보자. 집값은 오르고 내린다. 지난주 S&P 케이스-쉴러주택지수에 따르면 전국 20개 대도시의 집값은 1년 전에 비해 6.8%가 올랐다. 2014년 이후 관련 지표가 최고치까지 오른 것이다.
더군다나 2월 지표는 심각한 우려를 보일 정도였는데 일이 잘못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했다. 동시에 증시도 곤두박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모든 경제 현상이 이런 것이다. 만약 집값이 걱정이라면 그건 당연한 것이다.
■최고점에 미달인 현 시세
많은 이들이 현재 집값이 과거 사상 최고치였던 고점을 넘어섰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설익은 발표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은 결과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진짜 집값은 2004년 수준으로 최고치였던 2007년에 못 미치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 최고점이 주택이 지닌 내재 가치의 최대치라고 말하는 것도 곤란하다. 그 사이에 바뀐 부동산과 대출 시장의 여건들을 감안해서 볼 사안이다.
아무튼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다는 시그널을 위험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아직 현 시세는 최고점에 다다르지 못했다.
■활발한 새집 판매
물론 공급 부족으로 현재 주택 거래가 쪼그라든 것은 사실이다. 건축업자들은 과거 공급 과잉 시절의 뼈아픈 교훈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시장의 변화도 예민하게 감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주택 신축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여전히 투자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최근 센서스에 따르면 3월 신규 주택 판매는 1년 전에 비해 8.8% 늘었다. 3월을 포함해 올 1분기 수치가 늘었다는 점에서 시장은 여전히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견고한 모기지 수요
모기지 리파이낸싱은 줄어든 게 맞다. 30년 만기 이자율이 4.5% 이상으로 최근 5년 사이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니 무리도 아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모기지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다.
모기지뱅커연합(MBA)이 지난주 발표한 신규 모기지 지수는 1년 전에 비해 11% 상승했다. 모기지 금리가 4%를 초과했는데도 견고한 양상을 보였다. 오르는 모기지 금리에 놀라서 위축되기 전에 모기지 관련 시장의 활발한 모양새를 먼저 봐야 할 것이다.
■공급이 거래 지지
관습적으로 주택 시장의 매물 부족은 주요한 관심 대상이었다. 3월을 기준으로 전국 주택시장의 매물 규모는 3.6개월분에 그쳤지만 금융위기 당시에는 12개월분이 넘었다.
교훈은 주택을 팔기에 최악의 시기이기 때문에 매물이 부족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3월의 전국 집값 총액은 소폭 상승했는데 매물이 7% 가량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이런 주장에 더욱 설득력이 더해진다. 즉, 수요가 있다면 공급은, 매물은 항상 존재하는 법이다.
■첫 주택 구입자
3월 전체 주택 구입자 중 처음으로 집을 사보는 이들의 비중은 30%로 1년 전 33%보다 낮아졌다. 집값이 올라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를 투자 관점에서 본다면 집값은 줄지 않는 수요라는 저항선을 밑에 두고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통계학적으로도 25~29세의 젊은 층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30~34세가 뒤를 이었다. 이들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릴 나이대로 향후 수년간 이들이 주택 시장을 든든하게 지지할 것이란 설명이다.
■좋은 경제 여건
모든 세세한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주택시장이 가장 크게 기대는 부분은 경제의 펀더멘털이다. 미국인이 열심히 일을 하고, 저축을 하고, 집과 같은 비싼 것들을 편안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경제 지표들이 완전 고용 상태로 향하는 것을 가리키고,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48년래 최저를 기록하며, 실업률은 4.1%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기업들의 실적도 좋고 CEO들이 느끼는 낙관론도 커졌다.
<구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