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BRCA(브라카) 유전자 염기서열이 일반인과 다른(변이된) 경우 과거에는 딸도 함께 와서 유전자 검사를 받고 변이된 것으로 확인되면 난소암·유방암 등에 걸릴 위험이 높으니 정기 검사를 받으라고 했었죠. 지금은 아들도 검사를 받으라고 합니다. 변이된 경우 췌장·대장…방광암이나 남성 유방암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이근호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난소암·유방암 발생 위험을 최대 10배 이상 높이는 BRCA 유전자 변이자가 생각보다 많다”며 “우리 병원에서 난소암·유방암 고위험군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30%를 웃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난소암 원인은 크게 유전자 변이, 가족력, 총 배란기간이다. 난소암 환자의 10~15%는 태어날 때부터 BRCA 유전자 등에 변이가 있다. 이런 여성은 변이가 없는 여성에 비해 난소암 발병 위험이 10배 이상 높다. BRCA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여성은 10명 중 8명, 6명이 각각 유방암·난소암에 걸릴 수 있다. 특별히 운이 좋지 않는한 걸린다고 봐야 한다. BRCA는 할리우드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전자 변이에 따른 암 발생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난소와 유방을 절제해 유명세를 탔다.
이 교수는 “일반 여성은 60대에 난소암에 많이 걸리지만 BRCA 유전자가 변이된 여성은 30~40대(40대 최다)에 많이 걸린다”며 “그래서 BRCA 유전자 변이 여성은 가급적 빨리 출산하고 예방적 난소 절제술을 하거나 지속적으로 피임약을 먹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성원 대림성모병원장은 “한쪽 유방암 환자의 BRCA1 또는 2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경우 예방적으로 난소를 절제하면 사망률이 50%쯤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나머지 유방 절제에 따른 사망률 감소 효과는 아직 불확실하다”며 “환자의 상황과 가족력·나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난소는 난자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 여성 생식기관이다. 자궁 바깥쪽 좌우에 1개씩 있는 계란 모양의 기관이다. 길이 3~5cm, 무게 7~10㎎ 정도 된다. 성숙한 난자는 주기적으로 난소의 상피(난포)를 뚫고 나와 자궁으로 내려간다. 이런 배란과정에서 유전자의 오류로 상처가 잘 아물지 못하면 암(상피성 난소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배란을 오래 한 여성은 난소암과 유방암 위험이 높아진다. 초경이 빠르고 폐경이 늦은 여성, 출산 경험이 없는 고령 여성, 첫 출산을 30세 이후로 늦게 한 여성, 모유 수유를 하지 않는 여성 등이 그 예다.
난소암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면 의사와 상의해 피임약을 복용해 난소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피임약을 먹으면 배란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50~71세 여성 19만여명을 조사한 결과 피임약을 10년 이상 복용한 여성은 난소암 위험이 40%, 자궁내막암 위험이 34% 낮았다.
난소암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다. 배에 딱딱한 것이 만져지거나, 복수가 차면서 배가 불러오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소화가 잘 안 되고 더부룩한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원인이 다양해 이런 증상만으로 난소암을 일찍 알아차리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런 증상이 있으면 한 번쯤 산부인과에서 질 초음파 검사 등을 받아보는 게 좋다. BRCA 유전자 변이나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피임약으로 배란을 억제하거나 6개월~1년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질 초음파검사와 난소암표지자 혈액검사 등을 받는다.
난소암은 다른 부인암에 비해 진행이 빠르다. 2~3개월 사이에 갑자기 커지거나 전이된 경우도 있다. 복강 안에서 소장·대장 등으로 전이도 잘 된다. 난소가 계속 기능하면 난소암은 물론 유방암·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난소암 치료의 기본은 수술로 최대한 종양을 제거한 뒤 항암치료를 하는 것이다. 암이 초기에 발견돼 난소에만 국한되어 있고 환자가 미혼이거나 아기를 낳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쪽 난소만 제거하고 경과관찰을 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드문 편이다. 수술은 보통 자궁과 양쪽 난소를 모두 제거하고 골반·대동맥 주위 림프절, 전이된 소정·대장 등을 절제한다.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