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근로자 40%
“이전에 은퇴한 적 있다”
돈이 필요해서가 아닌
고립감과 우울증이 주요인
쌓인 피로 회복후 복귀도
베네핏 적어도 자율 원해
“삶에 활력소” 만족감 높아
수 엘렌 킹은 달력에 은퇴 날짜를 동그라미 쳐놓고 손꼽아 기다렸다. 2015년 3월8일이었다.
플로리다 주 잭슨빌의 플로리다 헬스대학에서 38년 동안 응급치료 간호사이자 간호 교육자로 일했던 킹은 은퇴 파티를 뻑적지근하게 했다. 병원 창립 때부터 일해온 최고참이라 그녀가 일했던 부서마다 파티를 열어주었고, 축하 디너도 있었으며, 동료들의 다정한 사진과 사인이 담긴 액자 선물도 받았다.
그녀는 막 66세가 되었고, 은퇴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다. 사회보장 연금의 만기수령 연령에 도달했고, 401(k) 플랜에 충실히 투자해왔으며 금융 전문가와 상담도 했다. 남편은 이미 퇴직했고, 방 세개짜리 주택의 대출금은 모두 갚았다. 두 사람은 이제부터 실컷 누릴 은퇴와 자유를 축하하기 위해 일주일간 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그녀의 은퇴는 3개월 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은퇴 준비는 완벽하게 했는데 은퇴하고 난 다음의 삶이 어떨지에 대해선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킹은 고백했다. 며칠 동안은 그동안 쌓인 레서피와 사진들을 정리했고, 친구들과 나가서 점심식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생각보다 즐거운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는 병원에서 출산휴가로 떠난 간호사의 임시직이 생겼을 때 얼른 들어갔고, 그 이후 파트타임으로 다시 근무를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을 ‘실패한 은퇴자’(failed retiree)라고 부른다.
경제학자들이 ‘은퇴 취소’(unretirement)라고 부르는 이런 U턴 현상이 갈수록 흔해지고 있다. 2010년 하버드 의과대학의 경제학자 니콜 마에스타스의 분석에 따르면 은퇴자의 4분의 1이상이 얼마후 다시 일을 시작했다. 랜드 코퍼레이션에서 2017년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는 65세 이상 근로자 중 거의 40%가 과거 어느 시점에 은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랜드의 선임 경제학자 캐슬린 멀런은 “이제 은퇴는 확실히 유동적”이라고 말하고 “몇 살까지 일하고 은퇴한다는 전통적인 스케줄이 점점 사라지고 커리어를 연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퓨 리서치 센터의 노동 통계국 자료 분석도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풀타임 또는 파트타임으로 고용된 미국인의 비율이 2000년 12.8%에서 2016년 18.8%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이들의 절반 이상이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었다.
왜 다시 일하는 것일까? 미국인들이 은퇴를 대비해 충분히 저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실제로 수입이 필요해서 다시 일터로 복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닥터 마에스타스가 국립 보건 및 은퇴 연구소의 종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다시 일을 시작하는 이유는 예상치 못했던 재정 문제나 의료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다. 갑자기 돈이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자의적인 선택처럼 보인다는 것이 그녀는 설명이다.
이전 세대보다 더 오래 살고, 건강하고, 육체적으로 덜 힘든 직업들이 그런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한 마에스타스 박사는 또한 목적의식, 두뇌 사용, 사회적 참여 등이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말했다. 돈을 버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것이 주된 동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콜로라도 주 브룸필드에 사는 미쉘 월리스는 수십년간 텔레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하다가 2013년 직장 분위기가 나빠지자 프로젝트 관리 업무에서 갑자기 은퇴했다. 그녀는 경제적으로 안정됐고 저축이 있었지만 직업이 없으니 바다 위를 떠다니는 부평초와 같이 느껴졌고, 점점 고립감에 빠지면서 항우울제를 처방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2015년 정부 연구를 지원하는 중소기업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된 그녀는 이제 다시 은퇴할 생각이 없다. 현재 69세인 그녀는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 한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직장으로 복귀한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오래 전부터 계획을 세워 다시 일하기 시작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일터로 다시는 돌아갈 것 같지 않던 사람들이 마음을 바꾸고 복귀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직업에서 몸과 마음이 소진된 은퇴자들인데 충분히 쉬고 나서 회복된 후 좀더 편안한 직업을 찾아 다시 일하는 그룹이다.
오클랜드의 사회복지사 타나 크리스천은 63세에 일찌감치 은퇴했다. 카운티 아동보호 서비스 기관에서의 업무량이 가히 살인적이었기 때문이다. 18개월 동안 정원을 가꾸고 자전거를 타고 도자기 클래스와 퀼트 클래스에 다니며 심신을 회복한 그녀는 어느 날 동네 노인센터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다가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됐다.
지금 66세인 크리스천은 “내가 사회복지 업무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제서야 알게 됐다”면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정할 수 있고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 때문에 일하는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삶에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취업시장에서 나이 든 근로자들이 원하는 것은 젊은 근로자들과 다르다”고 닥터 멀런은 지적한다. 젊은이들은 더 많은 급여를 원하지만 노년층은 더 많은 자율성과 업무속도의 재량권을 원한다. 베네핏에 대한 관심도 덜하고, 보다 넓은 범위에서 일의 의미와 흥미, 자극 같은 것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직장 일이라는게 쉬운 것은 아니다. 랜드 보고서에 따르면 나이 든 근로자들도 젊은 근로자들만큼 반복적인 업무나 육체적 요구에 시달린다. 또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은 여전히 힘든 일에 종사해야 한다. 게다가 나이든 근로자들은 상사의 지지와 동료들의 협력을 덜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노년층 근로자의 3분의 2는 직업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그중 한 사람이 현재 69세인 수 엘렌 킹. 주 2회 응급실에서 일하고 밤 시간대에 간호 교육을 맡고 있는 그녀는 적당히 필요한 만큼 일하고 성취감도 있으니 “완벽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2015년 멋지게 은퇴했다가 다시 병원으로 복귀한 간호사 수 엘렌 킹. 주 16시간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사진 Charlotte Kesl/ NY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