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스웨터, 스카프 등에 고루 쓰이는 겨울 소재 모(울)는 부드럽고 포근한 촉감,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보온 기능을 해주는 고마운 소재다. 윤기가 감도는 질감으로 한눈에도 고급스러워 보이고, 누구나 입으면 품위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주기도 한다. 요즘같이 따뜻한 LA날씨에서는 얇은 스웨터 하나만 입으면 기온차가 큰 밤낮에도 생활이 간편하다.
가벼우면서 보온성 뛰어나고 땀 배출 기능 탁월
양의 종류·생산지에 따라 용도·가격 천차만별
울 함유량 최소 60% 이상 돼야 고유의 느낌 살려
울의 역사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솝우화에도 양치기가 등장하니 고대 그리스 이전부터 양을 치며 털을 사용해 양모 옷을 입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울’ 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코트와 신사복의 영국과 끝없는 푸른 초원에 띄노는 양이 그려지는 호주와 뉴질랜드다. 영국의 양 축산업이 호주와 뉴질랜드로 건너가 발전해 현재 세계 최고의 품질과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호주의 국제양모사무국에는 울의 품질유지와 소비촉진을 위해 울마크 인증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통용되는 기준이다. 울 100%, 울 50% 이상, 울 30-50% 이상의 함유량을 표기하며 품질을 보장하는 기준으로 사용되며,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
끊임없이 고성능 고기능의 첨단 소재 및 인조섬유가 개발되는 가운데도 울은 천연재료로서 여러가지 장점을 가지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다.
첫째로 온도 적응력을 들 수 있다. 소재의 특성상 함유할 수 있는 공기의 양이 많아 안 입은 듯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나다. 둘째로 쾌적함을 들 수 있는데, 땀을 배출하는 기능성이 탁월하다. 땀을 흡수하여 수증기로 날려 보내기 때문에 옷이 몸에 들러붙거나 축축하고 무거워 지지 않으며 땀냄새도 베이지 않는다.
셋째로 친환경성이다. 동물성 단백질 섬유로 재생이 가능하고 자연에서 분해되는 천연 소재다. 울 제품을 고를 때는 울 함유량이 최소한 60% 이상은 되어야 울 소재의 장점인 부드러움과 보온성을 갖춘다.
울의 종류를 살펴보자. 생산과 종류에 따라 사용용도가 다르고 가격도 다르다.
▲램스 울-생후 1년 미만의 새끼 양인 램의 털이다. 생후 6개월에 처음으로 깎은 털로 양모가 가늘고 부드럽다. 일반 양모보다 촉감이 좋고 보온성도 뛰어나며 가격도 비싸다.
▲메리노 울- 호주산 울의 대명사로 사용되는 메리노 울은 머리 위 두개의 뿔이 둥글게 말려 나선형을 한 메리노 양에서 채취한 울이다. 호주에서 사육되는 메리노 양이 7000만 마리 이상이라고 한다. 품종개량을 거쳐 일반 양보다 생산량이 많은 메리노 울은 일반 양모보다 가늘고 부드러우며 탄력도 좋다. 아웃도어 의류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실용적이기도 하다.
▲캐시미어 울-인도의 카슈미르 지방에서 유래한 명칭으로 산양의 잔털로 만들어지는 울이다.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내 몽골, 신강, 청해, 요녕 등에서 나오며 매우 추운 지역에서 한정적으로 생산된다. 털을 깎지 않고 빗질을 통해 떨어져 나오는 잔털만을 사용한다. 그렇다 보니 생산성이 떨어지고 가격도 비싸다. 흰색에 가까운 옅은 색이 어두운 색보다 품질이 좋다고 여겨지며 내 몽골산을 상급으로 친다. 캐시미어는 부드러운 촉감, 고급스러운 광택을 자랑한다.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에서는 양모보다 좋아 섬유계의 보석으로도 부른다. 외부 자극와 마찰에 취약해 관리가 까다로운 단점이 있다.
▲알파카 울-낙타과에 속하는 동물로 양과 비슷한데 목이 길게 뻗은 동물이다. 낙타양으로도 부르며 알파카의 털은 캐시미어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다. 양모보다 보온성이 좋고 윤기도 있다. 양모와 캐시미어의 중간 가격으로 고급의류에 캐시미어 대용으로 혼방되는 경우가 많다.
▲모헤어 울-모헤어 울은 앙고라 염소에게 채취한다.(토끼털 앙고라와 다르다)
앙고라 염소는 터키의 수도인 앙카라를 중심으로 사육되는 종으로 지금은 남아프리카, 호주, 미국 등지에서 사육한다. 실크처럼 빛나는 광택이 있고, 촉감도 좋다. 다만 때가 잘 타고 보온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고, 캐시미어와 마찬가지로 프리미엄 산양모로 취급되어 가격도 높다.
▲비큐나 울-비큐나는 안데스 지방에서 서식하는 멸종위기 종으로 캐시미어보다도 더 가는 굵기, 높은 밀도와 탄력을 자랑한다. 감촉, 가벼움, 보온성이 모두 뛰어나다. 페루 정부에서는 비큐나 보호를 위해 털의 채집을 2년에 한번으로 한정하며 이를 어기면 최대 15년 형에 처하여 거래량을 제한한다. 양털의 1년 공급량 50억 킬로그램에 비해 비큐나는 5000킬로그램으로 한정되어 있어 엄청난 프리미엄가가 형성되어 있다.
<이은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