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우아함보다 ‘가벼움’ 선호
브랜드 재해석·협업 늘어날 듯
트렌드 좇은 구찌·발렌시아가
작년 매출 50% 급증 존재감 회복
변신 주저한 프라다·버버리는 ↓
올해 명품 시장의 키워드는 단연 ‘2030 밀레니얼’ 세대이다.
지난해부터 명품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젊은 럭셔리 족들은 클래식과 우아함으로 대변되는 명품의 권위마저 내려놓게 했다. 자칫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괴짜 명품’들의 탄생이 그것이다. 올해도 2030 밀레니얼 세대들은 명품 판도를 뒤바꿔 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명품 업계는 올해도 가볍고 빠른 트렌드와 손을 잡고 부담스러울 만큼 화려한 컬러와 장식으로 젊은 층을 유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붉은 용 무늬가 바지 전체에 그려진 청바지라던가 정체 모를 양말 달린 운동화, 시장 가방처럼 생긴 가죽가방 등이 등장해 명품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바 있다. 아울러 루이비통과 슈프림, 알렉산더왕과 아디다스오리지널스, 생로랑과 꼴레뜨의 맞손처럼 컬래버레이션 열풍이 예상된다.
실제 밀레니얼의 선택에 지난해 뜨고 진 브랜드도 확연히 갈렸다.
서울경제가 지난해 국내 주요 백화점 명품 매출을 집계한 결과 구찌, 발렌시아가, 루이비통 등은 성장과 더불어 브랜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 변신에 실패한 버버리, 페라가모, 프라다, 아르마니는 추락했다. 또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린 샤넬은 콧대 높은 에르메스와 함께 하이엔드 럭셔리로 이미지를 굳히며 한 자릿수 성장을 지속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구찌 신장률은 A 백화점은 40%, B 백화점은 50%를 넘어섰다. 발렌시아가도 베트멍 브랜드의 뎀나 바잘리아 디자이너가 합류한 뒤 큰 폭으로 성장했다. 특히 이케아 쇼핑백을 닮은 발렌시아가백은 패션 피플의 잇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이 여세를 몰아 발렌시아가의 지난해 B 백화점 매출 신장률은 50%를 넘어섰다. 샤넬은 B백화점에서 11.8%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하이엔드로 자리를 굳혔다.
반면 변화에 실패한 프라다와 페라가모, 버버리 등 전통 브랜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프라다는 지난해 2011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해 B 백화점에선 11% 뒷걸음질쳤다. 버버리는 A, B 백화점에서 각각 5~10%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로써 글로벌 버버리의 CEO 교체와 더불어 버버리 재도약을 이끌던 크리에이티브 총괄책임자 크리스토퍼 베일리 대신 셀린을 성공으로 이끈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가 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아울러 과거 구찌와 비슷한 대열이었던 청담동 선호도 1위 브랜드 페라가모는 가장 큰 수모를 맛본 명품 브랜드가 됐다. 루이비통이 슈프림과 교배해 이단아를 낳아 혁신을 추구한 사이 페라가모는 과거 단정한 디자인의 시그니처인 ‘바라’ 구두의 디자인에 갇혀 국내 백화점에서 매출이 두 자릿수 하락했다. 모 백화점 관계자는 “2014년 가격 인상 이후 엔트리급 명품 브랜드를 찾던 중산층의 발길마저 뚝 끊겼다”고 귀띔했다.
올해는 지난해 가을 겨울 시즌을 강타한 ‘루이비통x슈프림’ 협업처럼 기존 인기 상품을 재해석하고 브랜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상품이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발렌시아가는 오는 3월 파리패션위크부터 남녀 통합 런웨이를 진행하며 젠더리스 스타일 아이템을 강화해 주목받을 브랜드로 꼽힌다. 지난해 의류에서 매출 80% 신장률을 기록한 크리스챤디올도 슈즈와 의류 부문에서 인기가 예상된다.
이흔후 롯데백화점 해외명품 바이어는 “명품들은 특유의 전통을 내세우지 않고 스트리트 브랜드와의 적극적인 협업, 온라인 시장 진출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명품 ‘빅3(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외에 구찌, 생로랑, 고야드 등이 기존과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루이뷔통 X슈프림 콜렉션.
발렌시아가 ‘캐리 쇼퍼 백’. /사진제공=발렌시아가
루이비통X슈프림 콜렉션. /사진제공=루이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