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바뀌자마자“인상하겠다”고지 앞다퉈
“스포츠 중계 등 방송사 수수료 올라”해명
라크레센타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최근 받은 케이블 TV 빌의 공지사항을 보고 짜증이 몰려왔다. 다음달부터 TV 관련 수수료 중 2가지 항목이 인상된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김씨는 “지난해 여름에도 비슷한 명목으로 2달러 이상 올랐는데 해가 바뀌자마자 또 이런다”며 “채널 숫자나 고화질 채널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정초부터 케이블 TV 업체들이 갖가지 명목의 요금 인상을 고지하면서 불만이 커진 소비자들은 요금 인상의 이유가 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궁금해하고 또 난감해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형 케이블 TV 회사들은 올해 들어 일제히 요금을 인상했다. AT&T의 디렉TV는 이달 중순께 평균 8달러 가량 일괄 인상할 방침이고, 스펙트럼은 다음달 3.35달러 이상 올릴 예정이며, 컴캐스트도 평균 2.2% 인상을 결정했다.
케이블 업체들은 컨텐츠를 제공하는 TV 네트웍 회사 즉, 방송사들에게 내는 수수료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스펙트럼은 기본 요금 개념인 ‘TV 셀렉트’를 62.99달러에서 64.99달러로 2달러 올리고, ‘브로드캐스트 TV 서차지’를 7.5달러에서 8.85달러로 1.35달러 올릴 계획이다.
TV 셀렉트 인상 배경은 알리지 않은 채 스펙트럼은 서차지 인상에 대해 “지역 방송사의 비용 증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했다. 다시 말해 방송사가 케이블 업체에 채널을 제공하는 대가로 다양한 수수료를 받는데 이것이 올라 소비자 요금이 인상됐다는 설명이다.
USA투데이는 스포츠 채널을 예로 들어 설명했는데 요금 인상의 원인은 방송사보다 위에 군림하는 스포츠 리그들이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더 비싼 중계권료를 요구하면서 그 부담이 방송사와 케이블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PwC에 따르면 북미의 스포츠 리그들이 TV와 라디오 그리고 시합을 중계하는 테크 기업들을 통해 올린 매출은 2012년 116억달러에서 2016년 184억달러로 늘었다. 최근에는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테크 기업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키우면서 중계권료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케이블 업체들이 방송사에 주는 수수료가 지난 10년간 2.5배 가까이 늘었는데 이는 소비자 요금 인상분으로 충당돼 지난해 평균 케이블 TV 요금은 10년 전에 비해 53% 오른 100.98달러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글렌데일의 직장인 박모 씨는 “갱신할 때마다 ‘케이블 끊겠다’고 고객센터와 싸워 프로모션 가격이라고 주장하는 수준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작년이나 재작년과 비교하면 조금씩 부담이 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소비자에 대해 요금 협상 대행업체인 ‘빌픽서스’(BillFixers)의 벤 커랜드 설립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싼 가격을 문제 삼고, 할인 제안을 거절하고, 더 나은 조건을 들어보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그나마 프로모션을 이용하는 것이 1~2년간 즉각적인 요금 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한편 케이블 TV를 거부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모펫네이던슨 리서치’(MoffettNathanson Research)에 따르면 2년 전 9,800만이던 케이블과 위성TV 가입 가구는 현재 9,400만으로 400만가구 정도가 줄었다.
반면 최소 20~35달러인 월정 요금으로 원하는 채널을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유튜브TV, 디렉TV 나우, 슬링 TV 등의 가입자는 350만가구로 늘었다. 또 50달러 미만으로 실내에 설치할 수 있는 안테나도 판매량이 늘고 있다.
<류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