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예방 접종을 맞아야 하는 지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맞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면역 체계를 강화해야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다. 독감을 앓은 뒤 우리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면역 체계가 강화되기때문에 강력한 바이러스가 유행해도 끄떡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독감 예방 접종을 맞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독감으로 인해 더 심각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끼때문이라는 이유가 있다. 찬성론자들은 해마다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하기때문에 매년 독감 시즌을 앞두고 예방 접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매년 신종 독감 바이러스 발생
독감 주사의 성분은 바로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바이러스 또는 박테리아)이다. 그러나 이미 비활성화됐거나 조작된 병원균으로 몸속에서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대신 몸속에 유입되면 면역 체계의 반응을 작동시키는 역할만 담당하게 된다. 인간의 면역 체계는 몸에 ‘적군’인 바이러스를 상대로한 ‘군사 행동’이라고 보면 된다.
특정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투하면 ‘적군’으로 파악한 면역 체계가 병원균의 효력을 비활성화시키는 ‘군사 행동’을 개시하는 것이다. 독감 주사로 병원균이 몸속에 유입되면 실제 질병은 일으키지 않아도 면역 체계가 작동돼 항체 생성을 통한 방어 모드에 돌입한다.
유독 독감 주사를 매년 맞아야 하는 이유는 독감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매년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기때문이다. 신종 바이러스로 위장한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투하면 작년에 맞은 독감 예방 접종이 바이러스로 인식하지 못하기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독감에 걸리기 쉽다.
◇ 신종 바이러스 인식 못하는 면역체계
다른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독감 바이러스의 ‘목표’는 단 한가지다. 몸속에 침투해 바이러스를 최대한 많이 복제하는 것이다. 독감 바이러스가 복제를 위해 공격하는 것이 바로 세포다. 세포에 침투해 세포의 항바이러스 기능은 중단시키고 세포의 복제 기능을 자기 복제에 활용할 정도록 바이러스의 수법이 매우 교묘하다.
그런데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독감 예방 접종이나 과거 앓았던 경험을 통해서 독감 바이러스를 인식하면 바이러스의 복제 활동이 어려워진다.
◇ 동물과 중복 감염시 초강력 바이러스 탄생
몸속에 침투한 바이러스가 면역 체계의 공격을 피해 신종 바이러스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항원변이’(Antigenic Drift)와 ‘항원대변이’(Antigenic Shift)를 통해서다. 그해 독감 시즌 기간동안에도 발생가능한 항원변이의 경우 단순히 겉모습만 바꾸는 위장법에 그친다. 반면 항원대변이의 경우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더욱 강력한 바이러스로 탈바꿈해 세계적인 유행병을 일으킨 사례가 많다.
인간뿐만 아니라 조류, 돼지, 박쥐 등도 독감 바이러스에 쉽게 전염되는데 만약 인간 독감 바이러스와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인간의 세포를 공격할 경우 중복 감염에 의한 전에 없던 신종 바이러스가 탄생하게 된다. 1918년 스페인에서 ‘H1N1아형’ 신종 독감 바이러스가 출현, 전세계 인구의 약 3분의 1이 감염됐고 약 5,000만명이 사망하는 대유형병이 발생했다.
<뉴욕 타임스><준 최 객원기자>
해마다 발생하는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매년 독감 예방 접종을 실시하는 편이 안전하다. <뉴욕 타임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