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된 후 오는 심리적 문제에 제대로 대처 못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됐다. 그렇지만 돈에 대한 걱정은 끊이지 않는다.
내가 더 오래 살게되면 그때까지도 충분한 돈이 남아 있을까…”. 올해 72세로 수백만장자 반열에 오른 토마스 갤러거씨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17세의 나이에 뉴욕 증권 거래소 말단직으로부터 시작한 갤러거씨. 당시 크리스 마스 선물을 스스로 사겠다는 꿈으로 매주 10달러를 ‘어빙 은행’(Irving Bank)에 저축하며 열심히 살았던 습관이 갤러거씨를 부자로 만들어줬다.
캐네디언 임페리얼 뱅크 오브 커머스 월드 마켓의 부대표직에서 최근 은퇴한 갤러거씨는 약 570명의 부호들이 무려 500억달러 규모의 개인 투자자산을 운영하는 ‘타이거 21’(Tiger) 모임의 회원이기도 하다. 남들이 보면 부러울 것 전혀 없는 노년의 삶처럼 보이지만 갤러거씨는 은퇴 후 부쩍 심리적 부담이 늘었다고 한다. “흙수저였던 나는 월가에서 운이 좋아 돈을 벌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충분한 돈을 소유하지 않았다는 걱정때문에 여전히 불안하다”라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서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자들의 심리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부자가 되려고만 열심히 살았지만 부자가 된 뒤에 발생하는 감정적인 문제에 대비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패밀리 웰스 컨설팅 설립자인 제임스 그럽맨 심리학자는 “부자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많다”며 “그러나 ‘부자가 무슨 스트레스’라며 이해하지 않으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부자들이 겪는 심리적 고충을 부자에 대한 사회의 고정 관념으로 바라보면 이해가 쉽다. 어려서 부터 ‘부자들은 이기적일 것’이라는 부정적인 고정 관념이 형성된 사람이 나중에 부자가 되면 감정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심리학자들은 돈의 심리학은 매우 복잡하다고 한다. 표면적으로 부자가되면 자신의 삶을 보다 수월하게 통제할 수 있을 것처럼 믿지만 반대로 부가 사람들의 감정을 지배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심리 치료사인 올리비아 멜런은 “가난했던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은 우리 몸에 감당할 수 없이 많은 에너지가 주입되는 것과 같다”며 “돈이 곧 사랑, 힘, 안전, 통제력, 자부심, 자기애, 자유, 자존감이라는 생각이 팽배해있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반대로 부는 기대치 못했던 걱정거리를 함께 선물할 때가 대부분이다. 힘들게 모은 돈을 어떻게 관리할 지에 대한 부담감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출 문제와 상속 문제 등으로 고민이 끊이지 않는 부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부가 쌓이면서 일종의 두려움도 함께 축적된다고 한다. 돈때문에 삶이 비도덕적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무관심해지지 않을까, 심지이 돈이 자녀들의 삶을 망치지는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부자들의 머릿속을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돈이 많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을때만 돈이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부에 대한 걱정거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 교육을 받는 방법이 있다. 부와 함께 딸려 오는 불안감을 재정 교육을 통해서 떨쳐 낼 수 있다. 샬럿 베이어 재정관리 전문가는 “모아 둔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대한 명확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며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당신을 대변하기때문에 걱정과 불안 대신 즐거움과 재미로 해야 한다”고 뉴욕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충고했다.
<준 최 객원기자>
흙수저에서 백만장자로 자수성가한 토마스 갤러거씨(72). 부를 이뤘지만 여전히 돈에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뉴욕 타임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