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목적∙거주장소 불분명 시
카톡·위치추적 기록까지 뒤져
무비자(ESTA)나 학생비자(F1)로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 가운데 20~30대 젊은 미혼 여성들이 유흥업소 취업이나 장기 체류 목적으로 오해를 받아 이민국 입국심사 과정에서 이들이 곤욕을 치르는 사례들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특히 2차 검색대로 넘겨지는 일부 무비자 여성 방문객들 가운데 반지를 끼고 있다는 이유로 장기체류자로 의심받거나 셀폰 위치서비스 기록 및 사진 등 사적인 자료를 모두 확인하는 등 다도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유명 대기업에 근무중인 이모씨는 지난 추석 연휴 LA에서 유학중인 동생을 찾았다 입국과정에서 유흥업소 여성으로 오해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무비자로 입국한 이씨는 입국 심사과정에서 세관 직원의 지나친 공격적인 질문에 당황해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해 2차 검색대로 넘겨져 수 시간 동안 유흥업소 직원이 아니라는 것을 해명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 했다.
이씨는 “왕복 비행기표, 직장 명함, 고용확인서, 동생집 주소 등 온갖 서류를 제시해도 장기체류하는 것이 아닌지 여부를 계속 추궁했다”며 “동생과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에 한국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진 등 미국에 잠시 체류하는 것이 증명된 후에야 입국이 허가됐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 기업에서 일하던 중 추석 연휴를 맞아 LA를 다시 찾은 한인 강모씨는 입국심사 과정에서 반지를 끼고 있는 것이 문제가 돼 거의 강제출국될 뻔한 경험을 했다.
강씨는 “왼쪽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있었는데 2차 검사에서 과거 유학시절 미 시민권자와 데이트 한 기록을 찾아 무비자로 입국해 혼인신고 후 영주권을 신청할 의도가 있는지 추궁해 너무 황당했다”며 “젊은 미혼 여성으로 미국 여행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 힘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인 이민법전문 변호사들에 따르면 무비자로 미국에 입국하는 한인 미혼 여성들이 2차 검색대로 넘겨져 강제출국 조치 등 불이익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로 입국심사 과정에서 심사관에게 방문 목적과 체류할 장소, 그리고 집 주인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경희 변호사는 “일단 미국 방문목적이나 미국에 단기 체류 목적이 불분명할 경우 20-30대 미혼 여성들 대부분 2차 검색대로 넘겨진다”라며 “최근에는 사생활이 담긴 가방 수색은 물론, 카톡 메시지, 이메일, 페이스북, 사진 등 개인적인 내용들이 모두 조사되기 때문에 입국목적과 관련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정 인턴기자>
대한항공에 내린 한국인 여행객들이 미국의 한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