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풀며 사는 사람들의 얼굴은 뭔가 달라보인다. 걱정, 근심, 우울함 대신 환한 행복감으로 가득 차 있다. 베푸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베푸는 사람들의 또 하나의 특징은 베품을 ‘끊지’ 못한다는 것. 마치 중독된 것처럼 자신의 처지와 상관없이 베풀고 또 베푼다. 베품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행복해서’라고 하는데 베풀면 행복해진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다.
신경학회지 ‘네이쳐 커뮤이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소개된 연구 결과에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뇌에서 행복감과 관련된 기능이 활발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감은 베품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비슷하게 나타났고 실제로 베풀지 않고 상상만으로 베풀 때도 관찰됐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연구팀은 실험을 위해 남녀 50명을 모집, 매주 25달러씩 한달간 지급한뒤 25명에게는 자신을 위해 지출하고 나머지 25명에게는 매주 다른 사람을 위해 쓰라고 했다. 그런다음 연구팀은 컴퓨터 가상 화면을 통해 지급된 돈을 각각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뇌의 활동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했다.
실험 결과 타인을 위해 돈을 쓰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행복감을 감정적으로 느꼈을 뿐만 아니라 뇌 활동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남을 위해 돈을 쓰기로 한 사람들의 뇌에서는 ‘보상 센터’(Reward Center)와 연관이 있는 ‘측두 두정 접합체’(Temporo-Parietal Junction)와 ‘복측선조체’(Ventral Striatum) 부분의 활동이 매우 활발해지는 것이 관찰됐다. 사람이 기쁨과 만족감 등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보상 센터가 작동해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한달간의 가상 실험이 끝나고 실제로 약속된 돈이 지급됐을 때 남을 위해 쓰겠다고 한 사람들은 실제로도 그렇게 실행했다고 연구팀이 밝혔다. 베풀겠다고 마음을 먹게되면 실제 베품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높다는 것이 증명된 셈인데 원인은 뇌에서 행복감을 느꼈기때문이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토르스텐 칸트 취리히 대학 박사과정자는 “이타적인 삶을 살 때 자신의 감정이 정화되는 것이 뇌의 작용과 관련있다는 것이 이번 실험에서 밝혀졌다”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준 최 객원기자>
남을 위해 돈을 사용하면 뇌에서 행복감에 관여하는 기능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증명됐다. 사진은 태풍 어마 피해자들을 위한 물품을 기부하는 주민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