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 주사·시술하면 완치 희귀 백혈병약 47만5천달러 실명 방지약 70만~90만달러
“희귀 질환 환자 적어 비싸” 치료비 페이먼트식 상환 거론
미국에서 최초로 유전자 치료법이 최근 FDA의 승인을 받았다.
기대보다 빨리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의학계는 환호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를 이용할 형편이 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 사가 만든 킴리아(Kymriah)는 희귀 백혈병에 놀랄만한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로, 모든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는 악성 소아 백혈병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가격이 무려 47만5,000달러다.
유전자 치료는 세포의 DNA를 변형시킴으로써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치료법이다. 지금 한창 연구와 개발이 진행 중이며 34개 치료법이 FDA 승인에 필요한 마지막 검사 단계에 와있고, 초기 임상실험을 시작한 것만도 470개나 된다.
이 치료법은 극히 드문 질병을 가진 소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대부분 단 한 번의 주사나 시술로 치료가 된다. 문제는 비용이다. 킴리아와 마찬가지로 유전자 치료비용은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브리검 우먼스 하스피탈의 프로그램 디렉터 아론 케셀하임에 따르면 희귀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는 것을 방지하는 약 하나가 평균 70만~90만달러에 달한다. 의학계는 이런 수치는 도무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제약회사들은 환자가 불치병에서 낫게 되는 가치가 반영된 가격이며, 이 외에도 가격을 결정하는 데는 여러 가지의 요인들이 작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전자 치료가 비싼 이유는 치료 대상인 희귀 질병을 가진 환자의 수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약회사들은 치료법 개발을 위해 투자한 만큼 회수할 기회가 적고, 이윤을 남기기 힘들게 된다.
혈우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유니큐어의 최고위자 맷 카푸스타는 “많은 유전자 치료제들이 소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단 한번 시술로 치료 효과가 끝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유니큐어의 약을 한번만 주사하면 10년에 걸쳐 정기적인 혈액제제를 주입하는 비용 500만달러를 상쇄할 수 있으니 환자 한 사람당 500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면 치료제에 그만한 가치를 부여해도 좋다는 주장이다.
실명 방지약을 개발 중인 스파크 테라퓨틱스의 최고위자 제프리 D. 마라조는 “시력을 잃지 않게 해준다면 그만한 가치를 보상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몇가지의 유전자 치료법을 개발 중인 블루버드 바이오의 대변인 엘리자베스 핑팽크는 “가격이 큰 문제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몇몇 제약회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보험회사들이 이 고가의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현실적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헬스케어 전문가들은 유전자 치료비를 지불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 킴리아가 승인을 받았을 때 노바티스 관계자들은 이례적으로 특정 환자에게 보이는 이 약의 치료효과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어린이와 젊은 성인 환자의 경우 한달 내에 치료약이 듣지 않으면 치료비를 받지 않는 방안을 연방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와 함께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킴리아가 다른 혈액 암의 치료제로도 승인을 받는다면 가격은 해당 질병에 얼마나 효과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치료비용은 환자뿐 아니라 보험회사, 연방정부 모두가 연관된 문제다. 제약혜택관리회사인 익스프레스 스크립트의 의료원장 스티브 밀러 박사는 주택 모기지와 같은 방식으로 유전자 치료비를 지불하기를 바라고 있다. 보험회사가 처음에 상당액의 비용을 납부하고, 나머지 비용은 환자가 치료되고 난 후 완납할 때까지, 혹은 다시 발병할 때까지 페이먼트로 갚아나가는 방법이다.
이런 전례 없는 지불방식은 보험회사들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환자들은 보험회사를 자주 바꾸기도 하는데 새로 가입한 회사에서 그 비용을 떠안고 싶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치료에 대한 투자는 과감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블루버드 바이오 사는 아직 개발된 약이 없는데도 40억달러의 시가총액을 가지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가 승인받기 시작하면 가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회사들은 연구와 개발 비용 때문에 약값 상승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라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새로운 암치료제의 개발 비용은 많은 전문가들이 믿어왔던 것보다 훨씬 적었고 수익은 급등했다. 따라서 “충분한 보상이 없으면 유전자 치료법 개발은 시들어버릴 것”이라는 업계의 경고는 늑대소년의 거짓말과 같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고아 약(이익이 적어 개발·조사 따위가 거의 되지 않고 있는 약)에 대해서는 연구 개발비에 50%의 택스 크레딧이 주어지는 등 특별한 재정적 인센티브가 마련돼있다. 또한 해당 질병들의 케이스는 매우 희귀하기 때문에 FDA는 이에 대한 임상실험을 불과 수십명 대상으로 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으며 비교 대조군도 없다고 의학계는 지적한다. 수만명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 약들보다 개발 비용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상충하고 있기 때문에 유전자 치료법의 미래는 아무도 장담할 수가 없다. 자칫 환자들만 탁구공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가장 큰 우려다.
<뉴욕타임스>
유전자 치료법의 실험 대상이 되어 47만5,000달러짜리 킴리아 시술을 받고 백혈병이 치료된 에밀리 화이트헤드.
<사진 T. J. Kirkpatrick/ NY Times>
단 한번의 시술로 희귀 악성질환을 치료하도록 개발된 킴리아. 그러나 천문학적인 가격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