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 팔고 그냥 살기로 결정하는‘스테이 풋’현상
평균 보유 기간 4.6년서 9.4년으로 2배이상 늘어나
구입할 매물을 찾기 힘들어 바이어들만 여전히 울상이다. 수년째 극심한 매물 가뭄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데 신규 주택 공급 부족은 물론 재판매 주택 매물까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상황이다. 기존 주택 소유주들 사이에서도 큰 집 이사를 포기하고 현재 집에서 그냥 머무는 추세가 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특히 남가주의 경우 집을 파는 대신 그냥 살기로 결정하 ‘스테이 풋’(Stay Put)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평균 주택 보유 기간도 증가세다.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지가 남가주 ‘스테이 풋’ 현상을 분석했다.
■ 조금 손 봐서 더 살지
2011년 로스모어 지역에 주택을 구입한 거버 부부는 2년간 이사갈 집을 찾았지만 최근 결국 큰 집 이사를 포기했다. 6년간 살아 온 집을 조금 손 봐서 조금 더 살기로 결정했다.
큰 집 이사를 위해 열심히 모아 둔 자금을 실내 생활 공간을 넓히는 리모델링 공사에 쓰고 나머지는 스파와 실내 사운드 시스템 설치에 지출했다.
부인 브리아나는 “지난 2년동안 레드핀(주택 매물 검색 사이트)을 검색하는 것이 일상생활중 일부분이었다”라며 “이사갈만한 집이 있나 하고 이잡듯 뒤졌지만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했다”라고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지와 인터뷰에서 주택 구입 결정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부부는 이미 익숙해진 동네를 떠나는 대신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고쳐서 드림 홈을 짓기로 결정했다.
■ 평균 보유 기간 4.6년 → 9.4년
남가주에는 거버 부부처럼 이사갈 집을 찾지 못해 현재 거주중인 주택에서 계속 머물기로 하는 주택 소유주가 늘고 있다. 주택 처분 대신 ‘머물기’를 결정하는 소유주들이 늘면서 남가주 소유주들의 평균 보유 기간도 10년전보다 2배나 늘었다.
어바인 소재 주택 시장 조사 기관 ‘애톰 데이타 솔루션’(ATTOM Data Solution)의 조사에따르면 주택 시장 침체 직후인 2008년 봄 남가주 주택 소유주들이 구입 뒤 처분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약 4.6년이었지만 올 봄 약 9.4년으로 거의 두배나 길어졌다.
주택 보유 기간이 이처럼 연장된 것은 처분 뒤 구입할 만한 매물이 부족한 원인 외에도 모기지 이자율 변동, 주택 가격 상승, 재산세 상승, 인구 변화 등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 보유 기간이 길어지면 경제에는 부정적이다. 주택 매매가 활발히 이뤄져야 주택 관련 산업들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런 블롬퀴스트 애톰 수석부대표는 “기존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안팔면 첫주택 구입자들이 가장 큰 희생양이 된다”며 “첫주택 구입자의 주택 시장 진출이 막히고 기존 주택 주택 소유주의 상위 가격대로 이동이 이뤄지지 않아 주택 시장의 선순환이 막힌다”라고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지와 인터뷰에서 분석했다.
■ OC 주택 보유기간 최장
남가주에서는 오렌지카운티 주택 소유주들의 주택 보유 기간 가장 긴 것으로 조사됐다.
애톰 데이타 솔루션의 조사에따르면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올봄 평균 주택 보유 기간이 약 10.3년으로 남가주 카운티중 가장 길었다.
LA카운티와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평균 보유 기간 역시 각각 약 9.2년으로 2008년 대비 약 2배나 연장됐다. 2008년 구입 뒤 4년이 지나면 집을 처분했던 리버사이드 카운티의 주택 소유주도 평균 약 8.8년간 주택을 보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집에 머물러 사는 기간이 늘고 있는 현상은 남가주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국적으로도 주택 보유 기간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따르면 과거 장기 평균 약 6~7년이던 전국 주택 보유 기간은 최근 약 9~10년으로 늘어났다. 전국에서 주택 보유 기간이 가장 긴 지역은 보스턴과 하트포드(코네티컷주)로 평균 약 12년을 기록중이다. 이어 프로비던스(로드아일랜드주) 약 10.3년, 샌프란시스코 약 10년, 샌 호제 약 9.7년 등으로 주택 보유 기간이 긴 지역에 포함됐다.
■ 주택 거래 회전 정지 상태
제프 맥킨토시 ‘가주부동산중개인협회’(CAR) 대표는 현재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있는 현상을 ‘주택 거래 회전이 올 스톱’했다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기존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내놓아야 집이 사고 팔리며 회전율이 높아지는데 기존 주택 매물 공급이 꽉 막혀 주택 매매 회전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 수년간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 주택 순자산인 ‘에퀴티’가 충분히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매물 부족과 구입 여건 악화로 집을 내놓기를 꺼리는 주택 소유주가 대다수다.
퍼스트 아메리칸 파이낸셜 콥의 마크 플레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상황을 ‘죄수의 딜레마’에 비유했다. 자신의 이익만 고려한 선택이 결국 자신과 상대방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유발하는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한다.
기존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내놓으면 그만큼 매물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지만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면서 매물 부족, 구입 경쟁 심화, 가격 급등과 같은 딜레마에 빠지고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 재산세 폭탄 무서워 집 못내놔
기존 주택 소유주들이 섣불리 집을 내놓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기지 이자율은 약 3% 초반대로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이때 주택을 구입한 소유주들중 현재 약 3% 후반대로 오른 이자율로 주택을 재구입할 소유주가 드물다. 재산세가 오를 것에 대한 부담도 주택 처분을 가록 막고 있는 장벽중 하나다.
가주의 경우 발의안 13에따라 현재 주택 소유주가 주택을 보유하는 기간동안 주택 시세 변동과 상관없이 재산세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오래 전에 주택을 구입한 소유주는 그동안 주택 시세가 아무리 많이 올라도 구입 당시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된 재산세를 내고 있다. 그런데 만약 새집을 구입하게 되면 현재 시세에 맞춰 조정된 재산세를 납부해야 하기때문에 재산세 폭탄을 맞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재산세뿐만 아니라 주택 매매로 인한 양도 소득세 납부 부담도 그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현행 세법에따라 주택 처분 수익이 독신의 경우 약 25만달러까지 부부의 경우 최고 약 50만달러를 넘지 않으면 양도 소득세가 면제된다.
그러나 가주처럼 최근 몇년새 주택 가격이 폭등한 지역은 처분 수익이 비과세 한도를 초과할 때가 많아 주택 처분으로 양도 소득세까지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집값이 올라도 팔 지 않고 그냥 살기로 결정하는 ‘스테이 풋’ 추세가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