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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보다 힘든 간병인 ‘사회적 고립’ 더 괴로워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9-05 10:10:11

강병인,사회적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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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것을 잃는 간병인

치매·중병환자 돌보는 경우 

외출 못하고 집안 틀어박혀

살림하랴 약 챙기랴 잠 부족

질병에 노출 건강까지 위협 

■ 고립감 느끼지 않게 하려면

일을 직접 도와주는 것보다

고민 들어주고 안부전화 등

관심과 감정적 접근 효과적

온라인 지원 프로그램 다양

미주리주 세인트 조셉에 사는 마시 셔먼 루이스(62)는 몇주에 한번씩 머리를 커트하기 위해 미장원에 간다. 그때마다 치러야 하는 고역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 진 루이스(79)를 준비시키는 일이다. 

샤워시키고, 옷을 입히고, 귀에 보청기를 끼우고, 차에 태우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할 수 없는 것이, 집에 혼자 놔둘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미장원에 가면 가만히 앉아서 TV를 보다가 잠이 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달 미장원 주인이 셔먼 루이스를 살짝 불러내더니 남편 때문에 다른 고객들이 엄청 불편해 한다고 귀띔하는 것이었다.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오더군요. 하지만 아이들을 데려와 마구 뛰어다니도록 내버려두는 사람들도 있으니 개의치 않으려고 해요. 달리 어떻게 하겠어요. 남편을 차에다 가둬놓고 미장원에 갈 수는 없으니까요”

환자를 간호하는 간병인이 환자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환자보다 더 힘들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매일 할 일은 산더미 같고, 의료 스케줄 챙기랴, 보험회사와 실랑이하랴, 잠도 모자라고, 거기에 한가지 더 괴로운 것이 있다. 사회적 고립이다. 어느 때보다 친구가 필요한 시기에 친구를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뉴욕 주 올린의 벳시 브레어톤(48)은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다. 79세의 수 브레어톤은 척추 협착증과 관절염에다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병력이 있어서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거의 아무데도 나가지 않아요. 그리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지요”라고 말하는 벳시는 간혹 한두시간 외출하는 일이 있어도 손에서 셀폰을 놓지 못한다고 호소한다. 가끔 한두 친구가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일이 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아서 제대로 즐거운 시간을 갖지 못하고, 생활 반경이 좁다보니 대화할 화제도 점점 없어지는 것이 또 다른 걱정거리다.

간병인들은 이런 사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특히나 보살피는 사람이 치매환자라면 일은 극도로 힘들다. 

미시건 대학 사회연구소의 노인학자 캐리 웩슬러 셔먼은 “간병은 많은 사랑과 애정이 필요한 일인 동시에 많은 것을 잃게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친구들이 점차 사라지고, 가족들도 간여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완전히 외로운 작업이 된다는 것이다.

때로는 간병인 자신이 고립을 택하기도 한다. 매서추세츠 제너럴 하스피틀의 노인 소셜워커 바바라 모스코비츠는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치매 환자의 간병인일수록 외출을 안하고 환자와 함께 집에 들어박히게 된다고 말했다. 밖에 나갔을 때 환자가 치매 증세를 보이면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설명하고 안심시키느라 더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립이 습관으로 정착하면 건강에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간병인 자신이 심장병과 뇌졸중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노출되고, 나이든 사람일수록 고립은 우울증과 사망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외로운 노인이 치매에 걸리기 쉽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이런 요인들은 환자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간병인들에게도 건강에 위협이 된다. 대개 간병인은 노인인 경우가 많으니 더 위험한 것이다.

플로리다 주 레이크 워스에 사는 레스 스펄링(65)은 알츠하이머 초기였던 아내를 수년간 간호하다가 아내가 죽고 난 후에는 어두운 방에 들어박혀 하루 종일 잠만 잤다고 말했다. 아무데도 나가고 싶지 않았다는 그는 전문의 치료를 받고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난 후에야 다시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간병인들이 고립감에 빠지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학자들은 주변에서 조금만 신경을 써주고 간섭해주어도 고독감이 감소되고 정신과 신체 건강이 개선되는 예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전한다.

NYU 랭곤 헬스의 알츠하이머병과 치매관련 가족 서포트 프로그램의 디렉터 메리 미텔만은 수년 동안 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방과 주정부의 지원으로 실시된 이 연구는 간병인들에게 여러 차례의 카운슬링 세션과 서포트 그룹,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전화상담 등의 제공하는 내용이었는데 성과가 좋아서 뉴욕을 비롯한 여러 주에서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닥터 미텔만은 “서포트가 있으면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줄어들고 건강이 좋아진다”고 말하고 “흥미롭게도 직접 일을 거들어주는 도움은 감정적 지원보다 효과가 덜하다는 사실”이라고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누군가 밖에서 관심을 가져주고 신경 써 준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그녀는 지적했다.

이와 비슷한 간병인 지원 프로그램은 사실 많은 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를 제공하는 단체나 프로그램의 이름이 다를 뿐 간병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는 무료 서비스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간병인들은 집 밖으로 나오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때문에 온라인 서포트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웹사이트와 페이스북에서 서로 소통하는 간병인 그룹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온라인 채팅과 그룹 활동에 대해서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익명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솔직할 수 있고, 아무 때나 새벽 2시에도 울분을 토해낼 수 있지만, 전문가의 조언이 없기 때문에 이를 중재하거나 해결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간병인도 직업인데 서로 온라인에서 나누는 정보들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폐해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때로는 치매환자들과 간병인들을 위해 사회 활동과 문화 행사를 만들어주는 노력도 볼 수 있다. 메모리 카페, 뮤지엄 프로그램, 합창단 등이 그것이다. ‘치매와 친한 미국’(Dementia Friendly America) 같은 단체에서는 커뮤니티 전체가 함께 지원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경찰, 교회, 식당, 미장원 등에 치매와 간병인들의 애로사항을 알려서 서로 돕도록 하는 것이다.

개개인의 노력도 중요하다. 간병인의 친구라면 가끔씩 안부전화라도 하고 뭐 필요한게 없는지 챙기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특별한 일을 해주는 게 아니라도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간단한 심부름은 간병인에게 큰 도움이 된다.  

셔먼 루이스는 “점심 먹자고 불러내봤자 내가 못 나갈건 뻔히 알잖아요. 그러느니 그냥 피자 한쪽과 와인 한병 들고 잠깐 들렀다 가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물리적인 도움도 필요하지만 정기적으로 텍스트를 보내고 전화를 하고 찾아봐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간병인들도 사회로부터 사라지고 잊혀진 존재라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분명히 인정해야 할 것은 노인 인구가 많아지는 이 나라가 노인들의 간병과 필요를 순전히 가족, 친구, 자원봉사자들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NYU 프로그램의 카운슬러들은 간병인들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해두었다가 생일이 되면 따뜻한 말이 담긴 카드를 보내준다. 사소한 일 같지만 외로운 사람이 받을 때는 기쁨이 될 수 있다. 닥터 미텔만의 말이 그들의 심정을 대변해준다. 

“카드를 받은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는 다들 하는 말이 ‘당신이 내 생일을 기억해준 유일한 사람이에요’라는 말이에요” 

환자보다 힘든 간병인 ‘사회적 고립’ 더 괴로워
환자보다 힘든 간병인 ‘사회적 고립’ 더 괴로워

간병인들의 사회적 고립은 심각한 문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 진 루이스를 돌보는 마시 셔먼 루이스. 

<사진 Christopher Smith/ NY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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