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간편 송금 급증
세금도 인터넷으로 납부
페이 결제에 ATM기 줄어
중국 노점상도 ‘노 캐시’
덴마크 지폐·동전생산 중단
한국 잔돈은 교통카드 적립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현금이 필요 없는 ‘캐시리스’(Cashless)세상이 열리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간편결제가 점차 확산되면서 거추장스럽게 현금을 지니고 다닐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 혁신이 가져온 변화의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지갑은 작다. 카드 두어 장 들어갈 만한 크기다. 원래 작은 지갑을 좋아했던 건 아니다. 현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 바꾼 것이다. 요즘은 택시를 타든, 편의점을 가든, 식당에 가든 카드 하나면 ‘만사 OK’다. 현금이 없어도 되니 지갑도 따라 작아진다.
웬만한 모임에서도 이젠 현금이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을 꺼내 터치 몇 번만 하면 회비도 간단하게 낼 수 있다. 계좌번호는 몰라도 된다.
사람 속 터지게 만드는 공인인증서나 비밀번호생성기(OTP)도 필요 없다. 전화번호만 있으면 송금이 ‘누워서 떡 먹기’다. 이른바 ‘모바일 간편 송금’ 덕분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간편 송금 시장의 하루 평균 이용금액은 작년 4분기에 이미 120억원을 넘어섰다. 건수로는 25만건에 육박한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다.
‘페이 결제’는 ‘현금 실종’을 불러온 또 다른 주범이다. 스마트폰을 갖다 대는 걸로 결제가 끝난다. 스마트폰에 미리 등록·저장해놓은 신용카드 정보로 계산하는 것이다. ‘삼성페이’, ‘LG페이’가 대표적이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도 있다. 내 카드나 계좌정보와 연동된 ID 하나로 결제가 가능하다. 수많은 가게와 쇼핑몰들이 앞다퉈 이런 간편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니 현금은 이제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다.
각종 공과금도 이젠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으로 납부하는 세상이니 세금도 예외일 이유가 없다. 국세청이 간편결제 세금 납부 서비스를 도입한 배경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 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된다더니, 딱 그 짝이다.
이제 불똥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튄다. 1990년 7월 한국에 처음 선보인 현금자동입출금기는 2014년까지 지속적으로 늘어나 9만 대에 육박했다. 그러다 처음으로 그 수치가 줄어든 게 지난 2015년이다. 모바일·인터넷 뱅킹의 영향이다. 모두들 디지털로 돈을 주고받으니, 현금자동입출금기는 점점 뒷방 노인네 신세가 되어간다.
이웃나라 중국은 더 하다. ‘노 캐시’(No cash)를 써붙여 놓은 노점상이 즐비하다. 길거리에서 호떡 하나 사먹는데도 결제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한다. 매 대에 붙어있는 QR코드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어 계산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대도시에선 지갑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라고 한다. 세뱃돈도 모바일로 준다고 하니 할 말 다 했다.
바야흐로 ‘캐시리스’(Cashless) 세상이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하니 현금 수요가 줄어든다. 모바일로, 인터넷으로, 디지털로 모든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 스웨덴 최대은행인 스웨드방크는 현금을 취급하는 지점이 단 8곳에 불과하다. 프랑스도 지난해부터 소액 현금 결제를 제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덴마크는 지난 1월, 지폐와 동전 생산을 전격 중단했다. 필요한 만큼의 화폐를 다른 나라에 위탁해 생산하고 장기적으론 디지털화폐 체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선 세계 최초로 ‘캐시리스 국가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는 전언이다. ‘현금 없는 세상’은 이미 글로벌 차원의 이슈임에 틀림 없다.
한국도 이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지금껏 우리는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잔돈이 남으면 현금으로 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남은 잔돈을 교통카드 등에 적립해주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편의점·백화점·슈퍼마켓 네트워크가 동참하는 프로젝트이다. 참여 업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의 경우 한 해 동전 제조비용만 600억원이라 하니 현금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현금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될 날이 얼마 안 남은 것이다.
‘가상화폐’도 눈여겨봐야 한다. 예전에는 조개껍데기, 쌀, 비단 등을 화폐처럼 사용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디지털코드’를 돈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그런 예이다. 실제 비트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업소들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런 가상화폐의 전망에 대해선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하지만 금융 환경의 변화가 급격하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불을 보듯 확실히다.
이처럼 현금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의 이면에는 ‘핀테크’(Fintech)’가 있다. ‘핀테크’는 ‘파이낸스’(Finance)와 ‘테크널러지’(Technology)가 합쳐진 신조어다.
변화는 곧 기회이자 위기다. 변화를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변화가 불편한 사람도 있다.
모두가 혁신, 혁신, 노래를 부른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 세상이다. 그 혁신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금이 이렇게 사라져간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글 안병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