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 대책 일환 프로젝트
자기 집 가진 노숙자“만족”
정부 기금-비영리기관 관리
협업 시스템 정착할지 주목
‘켄턴 위민스 빌리지’ -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이 노숙자 마을, 정부지원으로 신축된 14채의 초미니 주택에 지난 6월 중순 14명의 노숙자들이 입주했다. 그리고 불과 18일 뒤, 2명이 사라졌다.
한명은 “너무 난동을 부려” 퇴거당했다고 켄턴 여성 빌리지를 공동 관리하는 비영리단체의 디렉터가 밝혔다. 다른 한명은 언어학대와 끊임없는 갈등을 참을 수 없다며 스스로 거리의 삶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자신의 작은 집을 가족사진으로 장식한 또 다른 노숙자 주얼 라미레즈는 “난 너무 좋다”고 만족해한다.
이들의 대조적 반응은 시위로 번졌던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기금과 비영리기관 관리’라는 협업으로 포틀랜드의 새로운 지역을 계획하는 프로젝트가 안고 있는 문제와 약속을 반영한다.
홈리스 빌리지, 노숙자 마을은 과거 포틀랜드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생겨나 그 속에서 자생된 일종의 준정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켄턴 위민스 빌리지는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규모 플랜의 일환이며 테드 윌러 포틀랜드 시장과 데보라 카포리 멀트노마 카운티 의장을 비롯한 로컬 고위 관리들의 지지 하에 관리되어 왔다. 포틀랜드 시와 멀트노마 카운티는 이 빌리지 첫 해 예산으로 35만 달러를 배정했다.
이 빌리지를 공동 관리하는 오리건 가톨릭 자선단체의 리처드 버클 사무국장은 켄턴의 초반 고전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된 적 없었던 ‘하이브리드’ 모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이곳 빌리지 주민들 사이에선 누가 맨 위, 알파가 될 것이냐가 넘버 원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이미 관리 팀은 두 번째 빌리지 매니저와 야간 경비 인력보충, 건강 서비스 강화, 프라이버시를 더 보장하기 위한 빌리지의 레이아웃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버클은 그동안의 실책도 인정한다. 돌이켜보면 비영리기관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 첫 30일간의 ‘휴식과 회복’ 기간을 선포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일부 여성들은 입주 첫날부터 긴급 서비스가 필요한 상태였고 우린 그걸 제공했어야 했다”고 그는 말했다.
빌리지 내 작은 캐빈처럼 보이는 잠자는 숙소는 난방도, 에어컨도, 상하수 시설도, 전기도 없다. 그러나 잠글 수 있는 문이 달렸고 셀폰을 충전할 수 있도록 태양열 패널이 설치되었다. 공동 부엌과 목욕실로 사용되는 모듈러 컨테이너들이 서있고 6피트 높이의 울타리가 둘러쳐 있다.
연방과 주 정부의 사회복지 서비스 기금과 서민주택 프로그램은 날로 감축되고 있는데 많은 대도시들처럼 포틀랜드의 홈리스는 2015년 이후 9.9%가 증가했다. 샌호세와 시애틀 등 다른 도시들도 이미 홈리스 빌리지를 만들었거나 앞으로 구상중이다.
이곳 숙소는 종래의 쉘터보다 프라이버시가 더 보장되면서 값은 싸다. “옆 사람이 싫으면 나만의 숙소로 들어가면 된다”고 라미레즈는 말한다. “매우 민주적이다. 내 일상을 꾸려가면서 남들과 알고 지내지만 서로의 경계를 지켜주고…전체적으로 나에겐 매우 긍정적인 곳이다”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당뇨환자에 거의 귀가 안 들리는 라미레즈는 월 735달러의 소셜시큐리티 연금에 의지해 살고 있다. 최근 4,177명으로 집계된 이 카운티 노숙자의 61%는 정신질환, 만성적 신체 질병, 중독 등의 장애를 가진 채 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라미레즈의 이웃 주민 2명, 에이프릴 랭워시와 리넷 잉걸스는 지난 달 잉걸스의 성공적인 마약복용 중단 3개월을 축하해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메탐페타민을 복용했던 잉걸스는 “여기 들어오기 위해 마약을 끊었다”고 말했다.
최근 집계에 의하면 이 지역 노숙자 인구는 점점 노령화되고 유색인종이 많아지고 있다. 켄턴 빌리지의 연령 및 인종 분포도 이를 반영한다. 맨 처음 들어온 14명 중 10명이 50세 이상이며 4명이 유색인종이라고 가톨릭 자선단체의 직원은 밝혔다.
라미레즈는 6세에 엄마로부터 격리된 채 살아왔고 랭워시의 두 아들 중 하나는 아프간에 파병 중 사망했다.
공동생활은 전혀 쉽지 않아 주민들끼리 악을 쓰며 싸우는 소동도 자주 일어난다. 소동이 얼마나 요란스럽던지 울타리 밖 주차장 방수포를 치고 사는 남자 노숙자들에게도 다 들린다. 그곳에서 이들의 싸움을 본 노숙자 노아 해스켓(30)은 “빌리지는 상당히 멋진데, 내가 그 주변을 갈 때마다 늘 여자들끼리 싸우는 걸 본다”고 말했다.
빌리지에 입주했다가 거리로 돌아간 노숙자는 2명의 주민이 자신에게 인종차별 욕설을 했다고 말했다. 물론 버클 사무국장은 빌리지 내의 인종 욕설이 오갔는지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면서 인종적 언사는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포틀랜드의 또 다른 노숙자 마을인 ‘디그니티 빌리지’와 ‘라이트 2 드림 투’의 설립자인 이브라힘 무바라크는 정부와 비영리기관은 ‘풀뿌리 자생-통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시작해도 노숙자들 자신에게 이끌어 가도록 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거리에서 노숙하는 삶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
켄턴 빌리지는 마지막 정착지가 아닌 중간 기착지로 세워진 곳이다, 입주민들에게 영구적 살 곳을 마련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그것이 다른 노숙자 마을과 다른 점이다. 실제로 디그니티 빌리지의 일부 입주민들은 그곳에서 7~10년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선 5년, 아니, 14개월도 있지 않을 것”이라고 버클 사무국장은 말했다.
초미니 주택들로 이루어진 켄턴 마을은 늘어가는 노숙자 대책에 고심하는 시와 카운티 정부가 처음 시도하는 실험 케이스에 속한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부 입주민들은 자신들의 ‘작은 집’을 예쁘게 페인트하고 공동 정원을 가꾸는가 하면 7명의 주민은 20달러씩 거두어 포틀랜드 마라톤 대회 때 ‘켄턴 위민스 빌리지 식수대’를 설치하기도 했고 빌리지 첫 번째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했다.
최근 남편을 잃은 한 입주민을 협력해 돕는 것을 본 버클 사무국장은 “입주민들이 그녀의 슬픔에 반응하는 것을 보면서 이곳이 하나의 커뮤니티로 뭉쳐지고 있는 신호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LA타임스-본보특약>
포틀랜드 켄턴 위민스 빌리지 내에 세워진 초미니 주택들. 종래 노숙자 쉘터보다 프라이버시가 더 보장되고 값은 저렴해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에 입주하기 위해 마약을 성공적으로 끊은 것을 축하하는 리넷 잉걸스와 에이프릴 랭워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