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인 치료약은 없어
부쩍 기억력이 나빠졌거나
가족력 있으면 꼭 검진을
정부도 '치매 국가책임제'추진
치매환자 가족 고통 분담 기대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치매를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치매지원센터 확대 ▦치매책임병원 설립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 부담 상한제 도입 치매 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등을 공약한 바 있다.
‘노망(老妄)’이라고 불리는 치매가 생기면 환자 가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오죽하면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까지 생겼을까. 치매 환자는 72만4,000여명(중앙치매센터)으로 대표적인 고령 질환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10% 수준이다. 80대의 경우 3명 가운데 1명꼴로 치매 환자다. 2020년엔 환자가 90만명이 넘고, 2025년에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진료비ㆍ간호비ㆍ보험 지출 등 치매 관리비도 13조2,000억원(환자 1인당 2,033만원ㆍ2015년 기준)이고, 2030년에는 34조3,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건망증의 15%가 치매로 이어져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쌓여 생기는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혈관성 치매(뇌질환으로 발병), 루이체 치매(파킨슨병 증상과 환시 등이 생김), 전두측두엽 치매(무력해지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함)가 대표적인 원인이다.
나이 들면서 건망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치매와 다르다. 양영순 중앙보훈병원 신경과 과장은 “하지만 건망증을 가벼이 여기면 안 된다”며 “건망증 등을 포함한 경도(輕度)인지장애의 15%가 알츠하이머병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치매 원인 질환은 연령 구간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2015)에 따르면 50대 이상 환자의 경우 알츠하이머병이 72.2%로 독보적이다. 하지만 50세 미만의 경우 알츠하이머병이 39.9%, 혈관성 치매가 26.9%로 양분된다. 비교적 소수이지만 젊은 층에서도 퇴행성 또는 혈관성 치매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 능력, 수행력, 집중력 등의 인지 기능 장애, 이상 행동과 불안, 초조, 우울 등의 심리 증상, 일상생활 능력의 손상이다. ▦최근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사건 힌트를 줘도 기억 못할 때 ▦평소와 달리 표현이 불분명하고 단어를 잘 생각하지 못할 때 ▦길을 잃고 방향을 헤맬 때 ▦일을 추진하고 수행하는 능력이 떨어질 때 ▦본래 성격과 달리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집에만 있거나 반대로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거나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보일 때도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한다.
김기웅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65세 이상이라면 별다른 치매 증상이 없어도 가까운 보건소에서 무료 치매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게 좋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올해 부쩍 기억이 더 나빠졌다고 느껴지게 기억장애가 생긴다면 반드시 체크하는 게 좋다”며 “치매가 의심되는 환자의 가족들은 중앙치매센터가 만든 ‘치매 체크’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상태를 체크한 뒤 진단하면 된다”고 했다.
“근본적인 치료약 없어”
치매 치료는 약물치료와 비약물적인 치료로 나뉜다. 증상 완화와 급속한 병 진행 억제,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윤지영 이대 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보다 보호자가 치료 주체가 된다”며 “초기 치매인 경우 환자는 스스로 치매 걱정을 하다가도 증상이 심해지면서 치매를 부정하며 치료를 거부하고, 보호자는 치료해도 환자 증상에 차도가 없다고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윤 교수는 “치매 예방과 조기 발견도 중요하지만 치매로 진단됐을 때 환자 증상에 맞는 치료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은 없다. 다만 알츠하이머병은 아세틸콜린 호르몬 분해를 억제하는 약은 나와 있다. 아리셉트(에자이), 엑셀론(노바티스), 라자딘(존슨앤존슨), 라멘다(머츠ㆍNMDA수용체 길항제) 등이다. 하지만 이들 약도 초기엔 효과 있지만 중기나 말기에는 효과가 떨어지는 게 약점이다. 양 과장은 “치매 환자의 대부분이 방치하다 중ㆍ말기에 병원을 찾다 보니 약효를 제대로 거둘 수 없는 게 아주 안타깝다”고 했다.
운동ㆍ금연ㆍ절주 등이 예방
대부분의 치매는 한 번 발병하면 원래 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워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방법으로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말이 있다.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 볼 것 없이 금연하고, ‘사’회적 활동을 많이 하고, ‘대’뇌 활동을 열심히 해 뇌를 자극하고,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말고 절주하고, ‘명’을 연장하는 오메가3가 풍부한 호두 땅콩 등 견과류를 열심히 먹으라는 뜻이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콜레스테롤 관리도 아주 중요하다. ‘나쁜’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고, ‘좋은’ HDL콜레스테롤이 낮으면 치매가 발병할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LDL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치매를 일으키는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플라그가 많아진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따라서 치매 예방을 위해 콜레스테롤을 정상수치로 유지해야 한다. 정상수치는 HDL콜레스테롤은 60㎎/dL 이상, LDL콜레스테롤은 100㎎/dL 이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치매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