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과의사가 최근 췌장암으로 사망한 배우 김영애씨가 치아 신경치료(근관치료) 때문에 암에 걸렸다는 주장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기하자 치과계가 공식 반박에 나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대한치과의사협회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S치과 원장 황모씨는 지난 10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김영애씨가 췌장암에 걸린 이유가 과거 치아 신경치료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글을 김영애씨 사진과 함께 올렸다.
황씨는 “김영애씨의 사진을 보니 왼쪽 치아는 모두 신경치료를 받은 게 확실하다”며 “신경치료를 받은 치아에 서식하는 진지발리스균은 소화기암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자신의 주장이 외국논문 등에 근거했기에 허위사실이 아니라며 “진지발리스균이 각종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치과의사 중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황씨는 “치협에서 공개토론을 열면 응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진지발리스균은 치주염 등 잇몸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세균으로 의학계 일각에서는 이 균이 소화기암을 유발한다는 설이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검증된 바 없다.
논란이 커지자 치협과 대한치과근관치료학회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황씨가 학문적 근거는 물론이고 암 발생과 상관없는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게재했다며 윤리위원회 회부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치협 측은 “진지발리스균은 신경치료를 받은 후 해당 부위에 발생하는 세균이 아니라 잇몸병 등 치주질환 부위에 상주하는 세균”이라며 “황씨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치협 관계자는 "국민의 구강건강을 책임지는 치과의사가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국민에게 혼란과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황씨를 치협 산하 서울시치과의사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황씨 문제를 다루기 위한 서울시치과의사회 윤리위원회는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도 “치협에서 황씨와 관련 행정처분 의뢰가 들어오면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췌장암으로 숨진 배우 김영애씨의 영결식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