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대비 60%나 줄여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 항공사들이 중국행 항공편을 대폭 줄이고 있다. 중국을 오가는 수요도 줄어든 데다 러시아가 자국 영공 통과를 막으면서 우회 비행을 해야 해 연료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20일 항공 정보제공업체 OAG에 따르면 올여름 성수기 북미와 유럽에서 중국을 오가는 국제 항공사의 항공편 수는 2018년 최고치 1만3,000편에서 60% 이상 감소했다. 이에 비해 같은 노선의 중국 항공사 항공편은 2019년 최고치 대비 30%만 줄었다. 결국 현재 서방 항공사보다 중국 항공사 운항편이 2배 이상 많은 실정이다.
이달 브리티시 항공은 런던-베이징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몇 주 전에는 영국 버진 애틀랜틱 항공이 유일한 중국 노선인 상하이 노선을 없앴다. 호주 콴타스항공 역시 지난달 시드니-상하이 노선을 감축했다. 콴타스항공 측은 비행기가 절반만 찬 채로 운항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 노선은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항공편 수가 급감했고, 2023년 노선이 재개된 후에도 기대만큼 승객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브리티시 항공은 작년에 베이징 노선을 재개할 때 ‘중요한 노선 중 하나’로 평가하면서 올해 1월까지도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승무원을 모집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하이와 홍콩 노선마저 운항 횟수가 반토막이 났다.
수요 감소도 문제지만 러시아의 영공 통과 금지 조치가 서방 항공사들에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러시아는 2022년 미국과 유럽 항공사의 자국 영공 비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서방 항공기는 동아시아 지역을 오갈 때 러시아 영공을 피해서 우회해야 한다. 시간도 3시간가량 더 걸리고, 연료 소모도 많아 중국 항공사들과 경쟁이 안 된다. 업계 로비 단체인 에어라인 포 아메리카에 따르면 올해 미국과 중국 간 직항 항공 여행 수요는 2019년에 비해 76%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