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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뜨개질 양지

미국뉴스 | 외부 칼럼 | 2023-02-24 10:20:31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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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살아가는 일로 분주했던 날들이 어느 결에 사위어 가고 빈 둥지에 은퇴라는 처음 겪는 한아함이 당황스러웠지만, 미루어왔던 여행도 계획하게 되고 지인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하면서 우아하고 멋진 노후 청사진을 그려갈 즈음에 팬데믹 시대로 돌입하면서 비대면 시대 추이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줄어들고 여행 미루기도 수용해야하는 장애물로 막아섰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기 마련이라 자제되는 만남에도 익숙해지고 삶의 걸출한 부분에서 밀려났는데도 불편한 줄 모르고 진부한 습관처럼 지내는 일상에 친숙해지면서 집안에서 지낼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는 틈을 타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묵은 뜨개질 도구를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도구를 닦고 고운 실타래를 고르기 시작하다 보니 꽃향기처럼 은은한 무아경이 꿈만 같다. 딸내 가족들의 목도리에 모자, 조끼, 퀼트 담요에 다양한 문양의 쿠션을 만들기도 하면서 스웨터를 만들어 나누어 입고 무릎 담요에 이불이며 성탄 트리 장식 소품까지 두루두루 섭렵한 끝에 다양한 동물 인형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뜨개질 거리를 만져본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실이 엉키는 일은 다반사지만 무지근한 인내심 앞엔 어쩔 수 없이 풀리고 만다. 진행중인 무늬가 한 올이라도 얽힌 걸 보면 망설임 없이 풀어내고는 다시 시작한다. 한 올의 뒤틀림을 용납할 수 없는 가차없음이 완벽에 가까운 완성품을 완성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팽팽하게 버티고 있다. 아무도 알아 주거나 인정해 주지도 않는데도 말이다. 무늬가 얽히거나 코 수에 이상을 발견했을 땐 다시 풀어서 뜨면 된다는 뜨개질 철학이 아직은 유효하다. 

감당하기 힘든 일과 마주 했을 때 마음을 다스리고 본연의 중요한 삶의 지략을 붙들 수 있는 저력이 터득 된다. 바늘에 실을 걸고 뜨다 보면 마음을 붙들고 있던 곤고한 상황들이 어느새 잊혀지고 뜨개질 바늘 움직임에 집중하게 된다. 작품들이 완성되기 까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소심이 빚은 완벽주의를 추구한다는 주변 핀잔에도 꿋꿋하게 생의 지침으로 삼고 있음을 떳떳하게 내세울 판국이다. 복잡하고 인내가 필요한 일에는 뜨개질로 다져진 무지근한 끈기의 과정들이 일맥상통함을 반기게 된다. 생이란 금자탑 그늘에는 시행착오를 거친 눈물과 땀이 적셔지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는가.

둥글둥글 감겨진 실뭉치들이 출전 준비를 끝낸 횡대처럼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얼기설기 인생살이 정답이 묻어있는 것 같다. 시도의 오류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문제 해결로 접근해야 하는 통찰력 이론을 사용해야 하는 접근법이 문제 해결의 기본 수단이며 관점 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뜨개질 속에 생이 숨쉬고 뜨개질에 묻혀 있는 동안 생을 깨닫고 난해한 인생길의 첩경을 발견하기도 한다. 

뜨개질은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퇴행성 관절 예방에도 좋고, 더욱이 사랑 나눔에도 호응도가 높다. 추운 겨울 홈 리스 분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던 일이며 딸내 가족들이 할머니가 만든 목도리를 두르고 모자를 쓴 사진을 보내 주었을 때, 그 행복감은 장수 보약에 비할 바 없는 환상적인 기쁨이다.  뜨개질이 가져다 주는 여유로움, 그 풍요로움은 철학적 담론과 내면적 형이상학적 탐구에, 상상력과 이상주의적 변증법에까지 사색적 미학 탐구 등 부수적으로 얻어낸 것들이 얼마나 크고 값진 행복인지. 뜨개질 거리를 붙들고 있는 동안만은 편안함의 극치에 도달하는 시간이다. 뜨개질에 집중하는 시간은 초집중도, 초긴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잔잔한 열정만이 흐를 뿐이다. 감성이 휴식을 누리는 시간이다. 회피하고 싶은 사람이 휘저어 놓은 놀이터에 적응이 쉽지 않은 대인관계로부터 파생된 부정적 감정들로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의 난감함보다 더 강도높은 견딤이 필요할 때는 나도 모르게 뜨개질거리를 붙들고 앉는다. 긴장을 이완시켜주고 잡념도 불안함도 다 잊혀지니까. 하루라는 퀼트 조각을 뜨고 적절한 조화를 구사하며 완성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우리네가 살아가는 과정과 흡사하다. 

코로나가 끝없는 변이를 반복하고 있는 막막한 미래도 삶의 한 조각이 될 수 밖에 . 삶의 완성도가 퀼트 조각이불 완성처럼 언젠가는 완성이란 디딤돌 위에 서게될 날이 올 것이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지금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어려움을 견디며 한계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일이다. 일상을 취향 문제에 입각해서 본다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만사는 비교 대상이나 부러움 대상이 아니더라는 것이다. 삶의 다채로움을 부추겨 주거나 적당한 가미가 더해지는 축복으로 의외의 감사의 발견이 선물처럼 안겨지는 것이었다.  뜨개질은 명암 없는 양지만 있을 뿐이다. 뜨개질이 풀어내는 삶의 시행착오가 삶의 무지개로 소망을 불어 넣은 풍선처럼 심미안의 세계로 훨훨 날개를 달게 해주었다. 뜨개질 속에서 생의 양지를 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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