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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불러도 멍하게 있으면… 집중력 문제 아닐 수도

미국뉴스 | | 2025-08-01 19:10:34

소아 뇌전증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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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수업시간에 가끔 멍하게 있네요.”

지난 1월 어린이집 교사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김모(42)씨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이가 아직 6살밖에 안된 만큼 단순한 집중력 저하일 거라고 생각했다. 집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반복되자, 최근에야 인근 대학병원을 찾았다. 뇌파 검사 결과는 뇌전증이었다. 김씨는 좀 더 일찍 병원에 데려올 걸 하며 후회했다.

 

일시적 의식 소실은 소아 뇌전증 증상

뇌전증 환자 중 10대 이하 비율 20%

약으로 증상 조절, 신경 자극술도 가능

 

뇌전증은 환자가 심하게 경련하는 모습으로 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짧은 순간 멍하게 있다가 그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도 뇌전증일 수 있다.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이런 증상을 의학적으로는 '결신 발작(소발작)'이라고 부른다. 변성환 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결신 발작은 4~10세 소아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전신 경련이 없기 때문에 부모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학습 문제로 착각해 뇌전증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상생활 가능한데, 편견 여전

‘세계 뇌의 날’(매년 7월 22일)을 하루 앞둔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14만5,918명이던 한국 뇌전증 환자 수는 2022년 15만2,094명으로, 최근 5년 동안 약 4.2% 증가했다. 그중 10대 이하 환자의 비율이 20.0%(3만367명·2022년 기준)에 이른다. 아이가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멍하게 있거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고 대답하지 않거나 △입을 오물거리는 등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면 결신 발작을 의심해볼 수 있다.

결신 발작이 소아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나타난다면, 한쪽 팔을 떨거나 얼굴 일부분을 씰룩거리는 등의 국소 발작은 성인 환자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뇌의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과도한 흥분 상태가 되면서 신경세포 간에 여러 자극을 전달하는 전기신호가 순간적으로 폭주해 운동·감각·정신 기능에 이상 현상을 불러오는 탓이다. 전신 경련과 함께 의식을 잃고, 배뇨가 동반되는 대발작이 뇌전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많이 알려졌으나, 사실 국소 발작이 더 흔하다.

전문가들은 뇌전증은 선천적인 병이 아니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후천적으로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고,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아 때는 열성 경련, 청장년기와 노년기엔 외상이나 뇌졸중, 뇌종양 여파로 뇌전증을 앓게 될 수 있다. 

황경진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오랜 기간 귀신병, 정신병으로 불린 만큼 뇌전증에 대해선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많다”며 “인식 개선 활동으로 간질(癎疾)에서 뇌전증으로 병명은 바뀌었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싸늘한 시선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증상 목격자 진술이 진단에 중요

뇌전증을 진단할 때는 발작 당시의 상황과 증상, 지속 시간에 대한 보호자나 목격자의 진술이 중요하다. 발작 중에는 의식이 순간적으로 차단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발작 도중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황 교수는 “일회성의 짧은 발작은 대부분 수분 내에 자연적으로 사라져 뇌 손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성인의 경우 5분 이상, 어린이는 3분 이상 발작이 지속된다면 병원에 빨리 가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진술과 함께 뇌파 검사를 통해 비정상 뇌파 유무를 확인하고, 뇌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의 구조에 이상이 있는지 파악해 뇌전증을 최종 진단한다. 뇌파 검사는 두피에 전극을 붙인 다음 뇌의 미세한 전기 활동을 증폭해 기록하는 방식으로, 시간에 따른 뇌 활동의 변화를 볼 수 있다.

기본적인 치료는 약 복용이다. 특별한 유발 원인 없이 발작이 2회 이상 나타난 경우라면 항경련제 복용을 시작한다. 환자 10명 중 6, 7명은 약물 치료만으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2, 3년 동안 추가 발작이 없다면 약물 복용을 중단하기도 한다.

약물 치료를 2년 이상 했는데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난치성 뇌전증)에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은 뇌 영상과 뇌파를 분석해 문제가 되는 부분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술이 어려운 부위에 병변이 있어 수술을 해도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라 판단될 경우엔 미주신경자극술이나 뇌심부자극술처럼 뇌신경을 자극하는 치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주신경자극술은 목 부위에 전극을 이식하고, 뇌에서 복부까지 이어지는 미주신경을 주기적으로 자극해 발작 빈도를 줄이는 방법이다. 뇌심부자극술은 발작 발생에 관여하는 뇌 부위에 전극을 삽입하고, 뇌전증과 관련된 과흥분 신경 신호를 전기 자극으로 조절해 발작 빈도를 줄인다. 이런 시술들은 수술보다 효과는 작지만, 상처가 적게 남기 때문에 부작용이 덜 하다.

    <변태섭 기자>

 

 

<사진=Shutterstock>
<사진=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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