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삶과 생각] 엉킨 실타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2-28 17:34:49

삶과 생각, 백인경, 버클리 문학 회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날카롭게 불고 달아나는 겨울바람에 문풍지가 울고 있다. 저녁밥을 짓고 난 아궁이에서 담아놓은 화로불이 아직도 기세가 좋다. 동구 밖 멀리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에 화롯불 위에 놓인 찌개 그릇을 연신 만져보시는 어머니는 귀갓길이 늦으시는 아버지가 마음에 쓰이시나보다. 따뜻한 아랫목에 발을 묻고 나도 어머니만큼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다. 항상 집에 오실 땐 내가 좋아하는 박하사탕이나 과자 등을 사다 주시기 때문이다.

손가락에 골무를 끼우신 어머니는 아까부터 화롯불에 인두를 데우셔서 저고리를 손질하고 계신다. 꾸벅꾸벅 조는 내게 도란도란 해주시는 어머니의 옛날얘기에 나의 눈은 다시 초롱초롱 해진다. 졸음기가 싹 달아난 내게 어머니는 나의 두 손을 벌리게 하시고 실타래를 거신다. 실패로 감기는 실타래는 서서히 내손에서 작아지며 실패로 옮겨가다 나의 손장난에 길을 잃고 엉켜버렸다. 한참을 엉킨 실타래를 푸시려고 하시다가 더욱 더 엉켜지는 실타래에, 어머니는 마침내 가위를 드신다. 아깝지만 엉킨 부분을 과감하게 자르시고 다시 시작하신다. 싸락눈 내리는 소리에 겨울밤이 졸고 있다. 어릴 적 고향마을 어느 겨울에.

얼마 전 내 마음이 엉켰다. 어디서부터였는지 모른다. 한 생각 삐끗하게 잘못 꼬인 마음은 나를 힘들게 했다. 힘들게 하는 이유를,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엉큼한 이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밖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고 애를 쓴다. 한번 잘못 들어선 마음의 방향은 고집스럽게 밖으로만 향해서 헤맨다. 

마침내 쓸데없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덧대어져 엉켜버린 실타래 마냥 실마리를 풀 수 없게 되었다. 신경이 예민해지고 따라서 몸도 경직되어, 잠자다 눈을 뜨면 얼킨 마음의 기습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마음을 풀어보려고 하면 할수록, 마치 검불더미를 잔뜩 지고 조그만 구멍으로 나갈려는 것 마냥, 어리석게 헛힘만 쓰게 되어 점점 지쳐간다. 엉킨 실타래는 가위로 자를 수 있지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형체가 없는 꽉 막힌 마음은 속 시원하게 잘라낼 수가 없다.

마음의 평화를 다시 찾아 살기위해서, 어리석게도 마음고생을 엄청나게 한 다음에야, 밖으로는 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밖으로 향했던 마음을 안으로 돌린다. 딱하게 엉킨 내 마음을 그대로 꼬옥 안고서 다독인다. 넘어진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내 마음을 정직하게 그대로 받아들인다. 못난 마음, 부족한 마음, 헐떡이는 마음 등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밀어내고 싶은 마음들이지만, 내 스스로 일으킨 마음들이다.

넘어져서 마음속으로 울고 싶을 만큼 울고 난 다음, 내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난후, 엉켰던 마음으로 꽉 찼던 마음에 조금씩 빛이 든다. 서서히 형체도 없던 엉킨 마음자리에 따스함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얼었던 마음이 녹아가고 경직되었던 몸이 풀어지기 시작한다. 머리가 시원해져 꿀잠을 잔다.

마음 안에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밖의 상황은 변한 것 없이 그대로인데. 내 마음의 미로의 시작은 뭔가에 걸려 넘어졌을 때 나를 돌아보지 못하고 그 원인을 밖으로 돌렸던 나의 옹졸한 마음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난 아무도 모르게 돈키호테가 되어 허공에 대고 미친 듯이 삿대질을 해댔던 것이다. 뒤늦게라도 깨달아 찾은 마음의 평화는 내 마음이 나에게 준 소중한 선물이다. 

<백인경 버클리 문학 회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Power of Attorney v. Trustee “어떻게 다르고,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
[전문가 칼럼] Power of Attorney v. Trustee “어떻게 다르고,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

김인구 변호사 우선, 이 질문은 아주 정확한 질문은 아닙니다. 왜냐면 한 가지는 서류의 이름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직책의 이름이기 때문에, 두 개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미션 아가페, 올해도 ‘사랑의 점퍼’로 나눔 실천
미션 아가페, 올해도 ‘사랑의 점퍼’로 나눔 실천

8회째 노숙자를 위한 나눔 행사 이어져9일, 애틀랜타 섬기는 교회에서 열려 미션 아가페(대표 제임스 송)가 올해의 ‘사랑의 점퍼’ 나눔 행사를 앞두고 후원 참여를 요청했다. 올해

[신앙칼럼] 의와 칭의(Justice And Justification, 마Matt. 5:6)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임이요”(마 5:6). 예수님은 목적이 이끄는 삶(Purpose-driven Li

“1달러당 4.5달러 세금 공제” 고객에 불법투자 권유 회계사 철퇴
“1달러당 4.5달러 세금 공제” 고객에 불법투자 권유 회계사 철퇴

세금면제 제도 악용 거액 수수료법원, 실형 28개월에 배상 판결  고객들에게 불법으로 설립된 세금피난처 지분을 판매하며 거액의 세금공제를 신청한 회계사에게 실형과 함께 배상 명령이

존스크릭 도심 대형복합개발 공사 내달 착공
존스크릭 도심 대형복합개발 공사 내달 착공

‘메들리 프로젝트’자금조달 마쳐2026년 3분기 1단계 공사 완공 존스크릭 도심에 추진되는 복합용도개발 ‘메들리 프로젝트’<본지 10월 25일 보도 참조>가 12월에 착

자연과 조명, '와일드우즈: 어글로우' 밤 산책 전시
자연과 조명, '와일드우즈: 어글로우' 밤 산책 전시

유명 디자인 회사 띵크웰 그룹 제작 화려한 조명, 자연과 어울려  펀뱅크 박물관 인근 야외 산책로가 화려한 조명 디스플레이와 큐레이팅된 사운드스케이프로 꾸며진다. 8일부터 2025

풀턴 카운티, 응급실 신설된다
풀턴 카운티, 응급실 신설된다

2026년 완공 예정 조지아 풀턴 카운티에 응급실 센터가 신설된다.조지아 지역사회 보건부에 따르면, 그래디 헬스 시스템이 풀턴 카운티에 응급실을 건설하기 위한 주 승인을 받은 것으

‘트럼프노믹스 시즌2’… 우선주의·보호무역 강화
‘트럼프노믹스 시즌2’… 우선주의·보호무역 강화

‘제조업 기반 재건’ 천명관세 부과·약달러 정책 한국 등 국제사회가 주목한 미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4년 만에 귀환으로 끝이 났다.‘미국 우선주의’와 ‘힘에 의한 평화

증시 3대 지수 최고치 마감… 다우 3.6% 급등
증시 3대 지수 최고치 마감… 다우 3.6% 급등

트럼프 당선에 월가 환호   6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럼프 모자를 쓴 뉴욕증권거래소 트레이더들이 치솟는 지수들을 지켜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  공화당 도널드 트

[한자와 명언]  備 考 (비고)

*갖출 비(人-12, 5급) *생각할 고(老-6, 6급) “계획은 ○○가 없으면 실패하고, 사업은 ○○가 없으면 패망한다.” 공란에 적절한 말은? 먼저 ‘그 표의 비고란에 적어 놓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